美 기업, 트럼프 눈치에 주춤한 사이…글로벌 투자자 이란으로 몰린다

입력 2017-03-28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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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사진=AP뉴시스

지난 2015년 핵협상 이후 서방으로부터 경제 제재가 풀린 이란이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핵협상의 한 축이었던 미국은 이 블루오션을 관망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새 행정부와 이란 정부 사이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미국 기업들이 손 놓고 관망만 하는 것이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015년 핵 협상이 타결된 이후 이란은 해외 기업과 수십 개의 투자 프로젝트와 거래를 진행했다. 이란은 2015년 7월 미국을 비롯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과 핵개발 프로그램을 제한하는 대신 이란에 가해졌던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데 합의했다. 핵협상을 기점으로 미국과 유럽연합(EU), 유엔의 대이란 경제 제재가 해제됐으며 기업들의 진출이 이어졌다. 실제로 프랑스 자동차업체 푸조와 르노는 이란에서 자동차를 생산하기 시작했으며 영국 이동통신업체 보다폰은 이란 현지 업체와 손잡고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 사업에 나섰다. 로열더치셸을 비롯한 글로벌 원유 업체들도 에너지 자원 개발에 잠정 합의를 맺었다. 독일의 지멘스를 비롯한 농업 관련 업체들도 현지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체결하며 이란 시장에 진출했다.

유럽 기업들이 잇달아 이란시장에 진출하면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지만 정작 미국 기업 사이에서는 이렇다 할 만한 이란 진출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미국 항공기 업체 보잉이 166억 달러어치 80대 항공기를 수주하긴 했지만 주요 기업의 이란 진출은 극히 드물다. 미국 자동차 기업인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는 핵협상 이후에도 이란 사업을 꺼리고 있다. 양사 모두 이란보다는 다른 시장에서 기회를 찾겠다는 입장이다. 애플 역시 지난 2013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대(對)이란 개인 통신 기기 수출을 허용하자 이란 시장 진출을 검토했으나 금융과 법적 문제 때문에 뜻을 접어야 했다.

미국은 핵협상 이후에도 유럽과 달리 미국기업이 이란 현지 기업과 사업을 할 때 미국 재무부에 먼저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아직 완전히 경제 제재를 해제한 것이 아닌 탓에 미국 기업들이 이란 시장 진출에 소극적인 것이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새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미국 기업들이 이란 시장 진출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간 내내 이란 핵협상을 반대하며 핵 협상을 파기하겠다고 공언해왔으며 최근 이란정부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실제로 이란은 트럼프 취임에 맞춰 지난 1월 탄도 미사일을 시험 발사를 진행했고, 이에 미국은 새로운 제재를 발표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이란도 여기에 굴하지 않고 미국 15개 기업에 대해 제재를 내렸다. 이 때문에 일부 다국적 기업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핵협상 파기할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셸과 토탈과 OMV 등 일부 기업들이 이란 측과 양해각서만 체결하고 완전 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금융기업들은 아직 부패를 청산하지 못한 이란의 관료 시스템을 이유로 진출을 꺼리고 있다.

미국 기업이 이란 시장 진출에 소극적인 상황이 유럽과 아시아 기업에는 곧 기회다. 현재 푸조의 중동사업부 책임자인 진 크리스토프 쿠에마드는 “푸조가 초기에 이란 시장에 진출하면서 미국 경쟁사들을 앞지르게 됐다”면서 “이는 이란 시장에서 성장 속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기업들도 이란에서 입지를 넓혀나가고 있다. 이란에 쏠리는 투자금도 늘어나고 있다. 이란 정부가 승인한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지난해에만 110억 달러였다. 2015년 12억6000만 달러에서 무려 10배 가까이 급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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