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의 동의 없는 성과연봉제 도입은 무효라는 판단이 나왔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해온 성과연봉제 확대에 제동을 건 첫 판결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재판장 권혁중 부장판사)는 18일 주택도시보증공사 직원 10명이 공사를 상대로 낸 취업규칙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공사의 취업규칙 변경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성과연봉제 도입으로 하위 평가를 받는 노동자들은 기존 임금이 줄어든다"라며 "회사가 노동자들에게 지급하는 임금 총액이 기존 급여 체계에 비해 증가했다 하더라도 노동자 개인에 따라 유ㆍ불리의 결과가 달라진다면 이 규정은 노동자에게 불이익한 것으로 취급해 근로기준법에 따른 변경절차를 따라야 한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노동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가 성과연봉제 확대 시행에 대한 찬반투표를 한 결과 조합원 90%가 이를 반대해 명백한 거절의 의사를 표시했으나 회사가 규정 개정을 강행했다"라며 "근로기준법 제94조 1항을 위반해 무효"라고 했다. 근로기준법 제94조 1항은 회사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경우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공사 측은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어도 사회 통념상 합리성 있다'라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공공기관 개혁의 일환으로 성과연봉제를 확대 추진할 필요성은 있으나 사용자가 노동자의 명백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할 정도로 절실하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했다.
노조를 대리한 김기덕 법률사무소 새날 변호사는 "박근혜 정권 시기에 공공기관에서 일방적으로 도입한 성과연봉제가 위법ㆍ무효라고 판단한 최초의 법원 판결"이라고 했다.
공사는 지난해 5월 기획재정부 지침에 따라 노조의 동의 없이 연봉제 적용 대상 확대, 전체 연봉 중 성과연봉 비중 확대 등 취업규칙을 바꿨다. 직원들은 같은 해 "노조의 동의를 얻지 않은 취업규칙 개정은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며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