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최대 철강사 ‘신닛테쓰스미킨’ 광고가 패션1번지 시부야에 등장한 까닭은

입력 2017-05-31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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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도 시부야 번화가의 유명 패션몰 전광판에 신닛테츠스미킨 기업 광고가 등장한 모습. 사진=블룸버그

일본 최대 관광명소이자 패션 1번지인 도쿄도 시부야 교차로. 365일 젊은이들로 붐비는 도쿄의 명소로 화려한 전광판들이 이목을 사로잡는 곳이다. 그중에서도 시부야를 상징하는 패션몰 ‘시부야 109’ 건물. 이 건물 전광판에는 최근 패션과는 거리가 먼 한 광고가 등장했다. 불꽃이 튀기는 융해된 금속과 시뻘건 용광로가 화면에 비춰진다.

이는 일본 최대 철강업체 신일철주금(신닛테쓰스미킨·NSSMC)의 최신 광고다. 그간 일본 경제를 일으킨 기간산업이라는 자부심이 강했던 신일철주금으로서는 상당히 이례적인 광고 집행이라는 평가다. 철강산업과 동떨어진 패션 1번지, 젊음의 거리에 광고를 내보낸 것은 그만한 속사정이 있다. 기간산업이라는 자부심과는 달리 젊은 층에서 회사 인지도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기 때문.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시부야에서 30세 미만 청년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10명 중 1명 정도만이 신일철주금이라는 사명을 안다고 답했다. 심지어 10명 중 2~6명이 한자로 적힌 신일철주금(新日鐵住金)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30대 미만 젊은 층이 철강기업 포스코를 모른다는 이야기다. 젊은 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신일철주금의 대변인은 뉴스방송에서도 회사명이 잘못 호명된 적이 여러 차례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기업브랜드에 대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신일철주금이라는 회사명을 알고 있다는 답한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절반 정도에 그쳤다. 30년 전 같은 조사에서 신일철주금에 대한 인지도는 90%를 훌쩍 넘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신일철주금의 홍보담당자는 “업계에서의 존재감과 대중 인지도 격차가 커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일본 철강 산업은 국가경쟁력을 견인하는 역할을 한 기간산업이었다. 특히 “철은 곧 국력이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철강 산업은 전후 일본 경제를 뒷받침했다. 1970년 하치만제철과 후지제철의 ‘세기의 합병’으로 출범한 신일철주금의 전신인 신일본제철은 일본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매출 1조 엔을 돌파할 정도로 일본 내 최고 기업이었다. 그러나 장기 경기 침체와 함께 합병 이후 회사명이 변경되면서 회사 인지도가 추락하기 시작했다. 신일본제철은 2012년 일본 3위 업체였던 스미토모금속공업과 합병하면서 신일철주금으로 회사명을 바꿨다.

문제는 이렇게 낮은 인지도가 유능한 인재 확보에도 불리하다는 점이다. 올해 일본 취업정보 업체 마이네비가 니혼게이자이신문과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생 취업 인기 순위에서 신일철주금은 종합 87위를 기록했다. 해당 설문조사를 시작된 1978년에는 4위였다. 블룸버그통신은 인구 고령화로 구직자보다 일자리가 더 많은 일본 고용시장 특성상 인지도가 높지 않은 업체에 입사를 희망하는 청년 구직자는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현재 항공사, 식품, 은행권 등이 취업 선호도 상위권이다.

▲신일철주금 회사 로고. 최근 회사명 밑에 후리가나를 덧붙였다. 사진=신일철주금

이에 회사는 인지도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업광고는 물론 직원들의 명함에 있는 신일철주금 한자명 아래에 후리가나(일본어 표기로 읽는 법을 작게 써 놓은 것) 기재하기로 했다. 최근 시부야에서 집행된 동영상 광고에도 회사명 밑에 후리가나를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사명을 변경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회사는 사명 변경까지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

한 전문가는 “철강 산업도 경제성장에 따라 변해야 한다”면서 “과거 철강이 사회 인프라 구축에 초점을 맞췄다면 저출산·고령화가 진행되는 현재 상황에서는 인프라보다는 철강이 대지진에도 붕괴하지 않는 구조물을 만드는 이미지, 생활 속 철강의 중요성을 부각해야 사람들이 철강의 가치를 재인식하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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