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며 겨자 먹는 애플…일자리 50개 만들자고 아이오와에 13억 달러 투자?

입력 2017-08-25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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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콘신에 100억 달러 투자한 대만 폭스콘처럼 트럼프 압박 작용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 (AP/연합뉴스)

애플이 미국 아이오와 주에 13억 달러(약 1조4664억 원) 규모의 새 데이터센터를 설립할 것이라고 2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자리 창출 압박에 못 이겨 울며 겨자 먹기로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CNN머니가 보도했다.

애플은 페이스북,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의 데이터센터가 있는 아이오와 주에 13억 달러를 들여 데이터센터를 만들기로 했다. 이번 투자로 애플은 정규직 50명을 고용할 계획이다. 착공은 내년 초 시작될 예정이며 2020년부터 가동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워키 지역에 들어설 데이터센터의 총 부지는 2000에이커(약 244만 평)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새로운 데이터센터는 앱스토어의 지속적인 성공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애플과 함께 아이오와 주도 성장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아이오와 주 정부는 2억700만 달러의 세제 혜택을 애플에 제공하기로 했다. 또 아이오와경제개발청은 이날 오전 회의를 통해 1956만 달러의 투자 세액공제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아이오와경제개발청 이사회는 만장일치로 세액공제 안을 승인했다. 아이오와경제개발청의 데비 더햄 대표는 “우리는 오늘이 아이오와 주를 대표하는 기념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애플의 투자를 반겼다.

미국 주 정부가 기업의 대규모 투자 유치를 위해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일반적이다. 최근 위스콘신 주는 세계 최대 전자기기 위탁생산기업인 대만 폭스콘에 대한 세제 혜택 법안을 의결했다. 법안은 상원 통과를 앞두고 있다. 폭스콘은 100억 달러를 투자해 수년 안에 1만3000명의 직원을 고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폭스콘의 투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궈타이밍 폭스콘 회장과 직접 협상에 나선 결과다.

애플의 아이오와 데이터센터 건설도 폭스콘과 마찬가지로 트럼프의 압박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트럼프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애플의 쿡 CEO는 나에게 큰 공장 3개를 약속했다”며 “아주 크고, 크고 큰 공장”이라고 장담했다. 애플은 이미 캘리포니아, 오리건, 네바다, 노스캐롤라이나 같은 대도시에 데이터센터를 소유하고 있는데, 굳이 새로 데이터센터를 세운다는 점도 트럼프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추측을 뒷받침한다.

주목할 건 13억 달러를 쏟아부으면서 애플이 밝힌 일자리 창출 규모가 50개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캘리포니아 주의 샌프란시스코나 워싱턴 주의 시애틀 같은 곳은 정보·기술(IT) 붐의 핵심지로 엔지니어 수요가 많다. 그러나 아이오와 주의 경우 첨단 기술 산업이 샌프란시스코 같은 지역처럼 활성화하지 않아 일자리 수요도 그만큼 많지 않다. 애플이 아이오와 주에서 지급해야 하는 최저시급은 29.12달러다.

다만 아이오와 주는 비교적 저렴한 에너지와 풍부한 풍력을 에너지원으로 실리콘밸리 경영진 사이에서는 인기 투자처로 꼽힌다. 구글은 25억 달러를 들여 데이터센터를 설립했고, 페이스북은 지난 5월 아이오와 주 알투나 지역에 15억 달러를 투자해 자사 최대의 데이터센터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애플은 아이오와 주에 지을 데이터센터의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공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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