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이른바 ‘어금니 아빠’ 이영학 씨가 연일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그가 자신이 앓고 있는 희소병을 이용해 각종 수단과 꼼수로 부를 쌓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영학 씨는 피해자 A 양을 살해하고 딸과 함께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인정, 11일 자택에서 현장 검증을 했다. 이 씨와 그의 범행에 가담한 딸 이 모 양은 ‘유전성 거대백악종’이라는 희소병을 앓고 있다.
이 씨는 부녀의 사연 언론에 소개되면서 주목을 받자 각종 수단을 동원해 돈을 벌어들이고 여러 혜택을 누렸다. 억대가 넘는 독일산과 미국산 외제차 2대와 국산 고급차 1대를 타는가 하면 차·오토바이 튜닝을 즐기고 값비싼 혈통견을 분양받는 등 호화 생활을 해왔다.
사람들의 동정심을 유발해 돈을 뜯어가는 그의 ‘꼼수’는 호화생활을 누리면서도 계속됐다.
이 씨는 2007년 자신과 딸의 이야기를 담은 책 ‘어금니 아빠의 행복’을 발간했다. 책을 통해 그의 사연은 더욱 널리 알려지게 됐지만 이 씨의 이름이 저자로 표기된 것과 달리 정작 책은 대필작가를 통해 쓰여졌다.
동화·소설 작가 정성환 씨는 11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씨 부녀 사연을 소설로 쓰고 인세를 이 씨에게 전액 주기로 했는데 책에는 내 이름이 빠지고 이 씨 이름만 저자로 적혀 있었다”라고 말했다.
정 씨는 2007년 자신의 블로그에도 “이 씨 가족을 위해 인세를 적게 받더라도 저자에 내 이름이 들어가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다”라며 “하지만 아무런 언질 없이 대뜸 출간된 책의 저자란에는 내 이름이 빠져있었다”라면서 억울함을 호소한 바 있다.
당시 ‘어금니 아빠의 행복’을 출간한 출판사 관계자 역시 “이 씨가 출판 전에 집요하게 돈을 요구해 500만 원 정도를 줬다”라고 이 매체에 밝혔다.
이 씨는 또 언론과 복지재단, 교회 등에도 지속적으로 후원을 요구했다.
그는 직접 홈페이지와 블로그를 운영하는가 하면 각종 복지단체와 교회 홈페이지 등에 후원을 요청하는 글을 지속적으로 게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는 아내 최 모 씨가 사망했을 당시에도 한 매체에 최 씨의 동영상을 보내며 장례비 후원을 요구하기도 했다.
실제 2006년 이 씨에게 2000만 원대의 후원금을 전달한 한 복지재단 측은 “그가 ‘내 보따리 내놔라’라는 식으로 후원을 요구했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이 씨는 후원금 등으로 호화생활을 하면서도 기초생활수급자 혜택까지 누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 씨는 2007년부터 매달 생계급여 109만 원과 장애 수당 등 160여만 원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내 최 씨가 숨졌을 당시에도 수급자 혜택을 받아 시신 안치료 등을 감면받았다.
한편 경찰은 이 씨의 정확한 범행 동기를 조사한 뒤 13일게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