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13일 금융위원회가 정례회의에서 초대형 IB(투자은행) 지정한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금융위는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등 5곳을 초대형 IB로 지정했다. 초대형 IB 업무의 핵심으로 꼽히는 단기어음 발행 업무는 이들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투자증권에만 인가가 이뤄졌다.
유 사장은 간담회에서 “저희는 증권사이기 때문에 투자와 대출의 기대수익률이 은행보다는 높은데도 초대형 IB 업무를 준비하는 가정에서 여러 기업이 우리에게 문의를 해 왔다”며 말문을 열었다. 국내 증권사 중 처음으로 초대형 IB 업무를 했다는 소감에 앞서 이번 단기어음 발행업무 인가를 앞두고 은행업권에서 제기했던 ‘업권침해’ 논란을 먼저 의식한 것이었다.
이어 유 사장은 “금리를 높게 줘야 하는데도 접촉하는 이유는 기존 은행권이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며 은행권에 포문을 되돌렸다. 그러면서 “경제가 돌아가는데 금융이 ‘핏줄’이라면 막힌 부분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기업금융의 ‘동맥경화’를 뚫어주는 데 윤활유 역할을 한다는 소임을 갖고 업무에 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먼저 단기어음 발행 업무를 시작한 것과 관련해 유 사장은 “(발행어음 시장의) 선점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표정을 관리했다. 다만 “약 1년여 간의 긴 시간 동안 충실히 준비해 왔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업계 최고 수준의 IB 역량을 활용해 한국판 ‘골드만삭스’ 모범 모델을 안착시키겠다”는 말로 자신감도 드러냈다.
이날 금융위가 단기어음 발행 업무를 인가하긴 했지만 실제 자본조달이 원활히 이뤄지려면 신용공여한도 확대 등의 내용이 담긴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이에 대해 유 사장은 “현행법 한도 내에서는 기업 신용공여나 대출을 늘려가는 데 한계가 있다”며 법 통과 안되면 약간 절름발이 될 수 있겠다 우려를 갖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인가가 떨어진 단기어음 발행 업무를 통해 수익성향상과 자기자본 확대의 ‘선순환’을 이룰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단기어음 발행은 금융투자협회에 약관심사를 신청한 상태다. 통상 금투협의 약관심사 절차에 열흘 정도 심사 기간이 필요한 것을 감안하면 이달 중순께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할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