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3~4개월새 목표량 세차례 바꿔… “정리해고 수순” 협력사 피해도 속출
GM은 2월 12일 군산공장을 폐쇄하기로 정부에 통보하면서 해당 공장의 생산이 중단될 것으로 예견돼 왔다. 다만 산업은행과 자동차업계에서 문제로 보는 것은 한국지엠의 예상 생산량 조절 변동이 크다는 점이다.
산은에 따르면 GM은 한국지엠 군산공장의 2018년 연간 ‘올 뉴 크루즈’ 생산량을 지난해 말 3만3000대로 계획했다. 이후 GM은 올해 초 해당 차량의 연간 생산량을 1만5000대로 변경한 뒤 이달 ‘0’대로 수정했다. 불과 3~4개월 사이 세 차례나 목표 생산량이 바뀌었다.
이런 과정은 GM이 군산공장 노동자를 정리해고 하기 위한 전초 단계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정부와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군산공장 노동자는 계약직을 포함, 2000여 명 안팎이다. 이들 노동자 전원을 구조조정해야 한국 시장에서 그나마 존속할 수 있다는 것이 GM의 판단이다. 5월로 예정된 군산공장 최종 폐쇄 결정 이전에 생산량을 0대로 하는 것 역시 이러한 수순으로 볼 수 있다.
배리 엥글 GM 본사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이달 20일 군산공장 제3자 매각 가능성에 대해 “인수 의향자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협력업체의 피해는 커지고 있다. 한국지엠의 1차 협력사 관계자는 “군산공장 매출액이 줄긴 했지만 갑자기 0대로 통보 받으니 기존 공급 계획을 모두 접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GM의 생산량 조정은 실사와도 연관이 깊다. 산은은 이르면 이번주부터 삼일PwC를 통해 한국지엠 실사를 개시한다. 이때 생산량 조절이 매출 원가율에 미치는 영향도 집중 점검할 예정이다. 매출 원가율은 매출에서 차지하는 원가 비중을 뜻한다. 한국지엠의 2017년 1분기 기준 매출원가율은 92.1%로 타사 대비 10%포인트 이상 높다. 생산과 수출이 감소하고 부품 및 완성차수입이 늘면 매출원가율은 증가한다. 이 과정에서 GM이 본사 이익을 늘리기 위해 국내 생산량을 자의적으로 조절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산은의 한국지엠 실사가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산은과 GM은 실사 범위를 논의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이견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GM이 일부 부문은 영업상 기밀을 이유로 협조하지 않을 수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GM은 전 세계에서 공장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 회사”라며 “회계 장부를 고의로 부실하게 처리했을 가능성은 낮은 만큼 산은의 실사에서 자산가치 평가 이외에 회계 부정을 찾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실사 결과를 본 뒤 한국지엠 자금 지원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