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 불고 있는 바람은 사실 새로울 게 없다. 수십 년간 비슷한 논의는 계속됐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등장한 단골 메뉴다.
문제는 안에서 부는 바람이다. 강원랜드 수사 외압 사건을 수사 중인 일선 수사단과 일선 검사가 문무일 검찰총장을 직접 겨냥해 직격을 날렸다. 과거 검란(檢亂)과 비견된다.
충격파가 컸던 가장 최근 검란은 2012년 한상대 전 검찰총장 때였다. 정부가 대검 중앙수사부(중수부) 폐지를 밀어붙이자 대검 중수부장이 총장 퇴진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한 전 총장이 끝내 불명예 퇴진한 이 사건은 검찰 조직의 근간(검사동일체)을 뒤흔들었다.
그러나 6년 만에 발생한 이번 사태는 더 충격적이다. 과거엔 정권의 외부 압력을 막아내지 못한 책임을 물었다면, 이번 강원랜드 수사 외압설은 개별 사건 처리를 두고 검찰총장에 대한 불만이 여과 없이 외부로 표출됐다.
이번 사태는 최악의 경우 검찰총장 퇴진 가능성까지 언급될 정도로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이달 15일 강원랜드 채용비리 관련 수사단이 출입기자단에 보낸 A4 2장 분량의 보도자료는 일반적인 해명이 아니었다. 정리하자면 문무일 검찰총장이 수사단 출범 당시 한 약속을 깨고 수사지휘권을 행사했으며, 이는 부당한 외압이라는 것이다. 강원랜드 수사단은 지난 2월 의정부지검 안미현 검사가 지난해 춘천지검 근무 당시 수사했던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에 유력 정치인과 검찰 고위직의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한 후 꾸려졌다. 단장은 양부남 광주지검장이 맡았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외압 의혹을 파헤치던 수사단이 왜 갑자기 문 총장을 겨냥했을까. 강원랜드 수사단이 자료를 내기 2시간여 전 안 검사의 기자회견이 불씨가 됐다. 안 검사는 문 총장과 일부 고위 간부가 외압을 행사했고, 강원랜드 수사단의 대검찰청 반부패부 압수수색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압수수색 방해는 대검과 강원랜드 수사단의 해명으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지만, 외압설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여기에 강원랜드 수사단이 문 총장의 부당한 수사개입을 주장하며 기름을 부은 셈이다.
결과적으로 강원랜드 수사단과 문 총장의 협의해 구성한 전문자문단이 검찰 고위직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불기소 의견을 내면서 수사 외압 논란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개운치만은 않다. 강원랜드 수사단과 안 검사의 행보를 마냥 좋게만 볼 수 없다. 어느 조직이든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설익은 일방의 주장이 외부로 표출될 때 따라붙는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은 조율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검찰총장과 수사단, 일선 검사의 의견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분열로 비칠 수 있는 폭로전 양상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검찰 구성원들의 사기 저하는 물론 국민들의 신뢰는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
문 총장은 이번 사태로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다. 검찰 역사에 수평적 조직문화가 안착하는 성장통으로 기록될지 또 다른 검란으로 남을지는 문 총장의 의지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