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수수료 담합하고 표준하역비 출하자에 전가
공정위에 따르면, 2002년 1월 개정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표준하역비 부담 주체가 기존 출하자에서 도매법인으로 변경됐다. 이는 출하자의 비용부담을 줄이고, 물류선진화 기반을 구축하고, 수수료 징수체계 단일화로 도매시장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동화청과, 서울청과, 중앙청과, 한국청과, 대아청과 등 5개 도매법인 대표는 2002년 4월 위탁수수료를 거래금액의 4%에 정액 표준하역비를 더한 금액으로 정하기로 합의·실행했다. 위탁수수료를 담합한 데 더해, 각 법인이 부담해야 할 하역비를 농민들에게 떠넘긴 것이다.
이 중 대아청과는 2004년 2월 위탁수수료를 달리 정하면서 사실상 합의를 파기했지만, 나머지 4개 법인은 일괄적인 위탁수수료 부과체계를 유지했다.
과도한 위탁수수료 징구와 표준하역비 전가를 통해 4개 법인은 최근 3년간 14.71~21.63%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시현했다.
이에 공정위는 동화청과에 23억5700만 원, 서울청과에 21억4100만 원, 중앙청과에 32억2400만 원, 한국청과에 38억91000억 원 등 총 116억여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2004년부터 담합에 참여하지 않은 대아청과에 대해선 종기일 기준 처분시효(5년) 만료에 따라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도매시장법인들의 위탁수수료 규모가 일반적인 제조업이나 대규모 서비스업보다 작음에도 불구하고, 법인들이 진입이 제한된 시장 내에서 장기간 담합을 벌여온 점을 고려해 과징금 규모를 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도매법인들이 담합으로 취한 부당이익의 구체적인 규모는 추산이 어렵지만, 오랜 기간 농민들에게 하역비 등을 전가함으로써 이익을 취했다는 점을 감안했다”며 “일반적인 사례와 비교할 때 이번 사건의 과징금 규모는 상대적으로 큰 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공정위는 이번 사태가 발생한 배경에 신규 도매법인 진입이 어렵고 관계기관이 도매시장의 제도나 운영에 일정 부분 개입하게 되는 제도적인 문제도 있다고 보고, 농림축산식품부와 서울특별시 등 관계기관에도 제도 개선을 요청할 계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앞으로 합리적인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지면 도매법인 간 경쟁 여건이 마련돼 출하자 부담 경감, 물류 개선 효율화 등이 이뤄져 출하자와 소비자에게 그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