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화 등 난제들도 산적…"여유있게 준비해서는 안 돼"
남북·북미정상회담 회담 뒤 남북 경협을 둘러싼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남북경협시대'를 위한 준비 방안과 직면한 문제 등을 논의하는 장이 22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한재권 한국패션칼라산업협동조합연합회장은 북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나라가 우리나라뿐만이 아닌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회장은 "중국은 10년 가까이 북한 시장에 다양하고 많은 투자해 벌써 네트워크, 기반, 경협 경험까지 구축했다"며 "앞으로 북한 시장이 열리면 일차적으로 중국 기업과 경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기업이 중국, 일본 기업들과 함께 경쟁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절대 여유있게 준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그는 경협 물꼬가 트인 이후 동북아지역까지 시장을 통합하는 점까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 과정에서 중소기업의 역할에 무게를 실었다. 한 회장은 "개성공단을 포함해 지금까지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들이 경협에서 큰 역할을 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며 "그런 점에서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 상당 기간 중소기업이 주도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을 통한 경협모델 및 참여방안'이라는 주제로 주제 발표를 한 조봉현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도 현재 중소기업들이 경협 참여를 희망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150여 개 중소기업협동조합 중 66.4%가 조합 단위의 남북 경협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점에 주목했다. 조 위원은 "36.4%가 적극 참여를 희망했다"며 "북한 내 시장을 개척하고, 북한 인력 활용에 대한 중소기업 협동조합의 기대감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토론회에 참가한 중소기업중앙회 회원사들은 우려의 목소리도 높였다. 한 회원사 관계자는 질의응답에서 "경협이 현실화되면 중소기업에게 기회가 많아진다는 점은 확실하지만 걱정되는 점은 개성공단 중단처럼 어느 날부터 또 못 들어오게 하면 골치다"라며 "앞으로 또 남북 관계가 위험해지지 않겠다는 보증을 누가 할 수 있나"라고 밝혔다. 이어 "어느 수준에서 법적인 장치나 제도를 마련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회원사 관계자도 "조금만 눈을 돌리면 중국의 모든 복제품이 북한 주민들에게 손 닿을 수 있는 현실"이라며 "경협이 본격화되고 중국과 일본 기업에 시장을 빼앗길 우려가 크다"고 토로했다. 그는 "민간에서 할 문제가 아니고, 중앙회 차원에서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내달부터 시행되는 근로 시간 단축 등 한국 사회에서 노동 이슈가 경협까지 번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기업으로서는 북한의 풍부한 노동력을 강점으로 여기는데 만약에 북한 측에서 한 민족이라는 이유로 근로 시간을 남한과 똑같이 맞추는 것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다. 중소기업중앙회 회원사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이나 인건비 상승을 북측에서 요구하면 경협의 이점이 사라지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조 위원은 이러한 우려에 관해 "의미 있는 고민"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북한 유통 시장의 80%를 중국이 장악했으며 북한의 주요 지하 자원도 중국이 장악한 상황에서 어떻에 우리 주도로 경협을 할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조 위원은 "올가을이나 연말이 지나면서 경협 문제가 한반도 모든 관계에서 핵심 이슈로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우리에게도 시간이 많지 않다"며 "중소기업중앙회와 협동조합 회원사 분들이 함께 해주신다면 새로운 남북 경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는 남북 경협을 협동조합 방식으로 끌고 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알고 있는 것과 달리 북한 시장은 중앙 집권적이 아니라 지역 중심"이라며 "북한 내 200개의 지역이 자력갱생 모델을 채택하고 있는데 이것이 중소기업 협동조합 모델과 잘 맞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비핵화 프로세스가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는만큼 기업인들이 흐름을 잘 타고 준비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