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정책 키 넘겨받은 기재부, ‘노동시장 유연화’로 방향 돌리나

입력 2018-07-02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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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근로시간 정책 사실상 후퇴…‘장시간 근로 허용’ 탄력·재량근로제 확대 논의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현안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story@
노동권 강화로 대표됐던 정부의 노동정책이 노동시장 유연화로 방향을 트는 모습이다. 2월부터 이어진 고용지표 악화로 종전에 고용노동부가 쥐고 있던 일자리 정책의 ‘키’를 기획재정부가 넘겨받으면서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친노동정책들도 속도를 늦추고 있다.

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찬우 차관보는 지난달부터 기업인들과 혁신성장을 위한 정기 간담회를 개최해 오고 있다. 15일 10대 기업에 이어 20일 중견기업, 22일 벤처기업, 29일에는 중소기업 관계자들과 자리를 가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규제개혁 성과를 촉구하면서부터 기재부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장관을 필두로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데 발 벗고 나서고 있다.

기재부는 현장에서 제기된 건의와 애로사항들을 토대로 규제 개선 방안을 마련 중이다. 개선 과제는 주로 노동법상 고용 규제에 집중돼 있다. 기업인들이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현행 노동법상 각종 규제에 따른 어려움을 토로한 데 따른 조치다. 기재부 관계자는 “고용부 측에선 시행도 안 된 정책을 수정하는 데 부정적이지만, 현장에선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문제점들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며 “특히 중소기업과 영세상인들이 겪는 어려움이 커 아무런 대책도 없이 기존 대책을 밀어붙이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논의되고 있는 대책들은 대체로 노동권 강화에 역행하는 내용이다. 첫 간담회 이후에는 탄력·재량근로제의 대상 기간 및 업무 확대를 검토 중이다. 탄력근로제는 일정 기간 내 주 평균 노동시간이 법정 한도인 52시간을 넘지 않는다면 특정 주의 근로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재량근로제는 사업장 외부에서 업무가 이뤄져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 노사 합의로 소정 근로시간을 정한 뒤 실제 근로시간과 업무방식 등을 근로자가 정하는 제도로, 사실상 근로시간 한도가 없어서 포괄임금제와 유사한 성격을 띤다.

여기에 기시행된 52시간 근무제에도 ‘6개월 처벌유예’, ‘정보통신기술(ICT)업종 특례업종 포함’ 등 단서가 달렸다. 대부분 경영계가 요구하던 사안들이다. 반면 ‘무제한 노동’을 규제하는 포괄임금제 가이드라인 공개는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주 52시간이라는 건 근로시간 단축이라기보단 정상화에 가깝다”며 “이조차 기업들이 수용하기 어렵다고 해서 예외를 계속 허용하면 단축의 의미가 없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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