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혁신성장]‘親기업 코드로 팔 걷은 文정부

입력 2018-07-12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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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규제혁신’ 속도와 함께 혁신성장 강조…투자애로 해소… 기업 투자 확

지난해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2년 차를 맞아 소득주도성장에 이어 혁신성장에 경제 정책의 중점을 두는 분위기다. 이를 통해 기업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복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달 9일 인도를 공식 방문한 자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5분 동안 예정에 없던 별도 만남을 통해 국내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논의했다. 삼성을 비롯한 재계에서는 이날 문 대통령이 친기업 메시지를 분명하게 던진 것으로 해석한다. 대통령이 예정에 없던 별도 만남을 만들어 이 부회장을 만난 만큼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조만간 삼성이 대규모 투자 등으로 화답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최근 혁신성장을 경제 동력의 한 축으로 규정하고 틈날 때마다 규제혁신에 속도를 낼 것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혁신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정부의 규제 개혁안이 낙제 수준”이라며 예정됐던 ‘규제개혁 점검 회의’를 전격 취소했다. 대통령이 질책한 뒤 정부 부처들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달 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의료기기 분야 민관합동 규제 해결 끝장 캠프’를 열어 의료기기업계에서 요구한 규제 안건을 논의한 뒤 혁신형 의료기기 인증절차 개선 등 8가지 과제의 해결을 추진하기로 했다. 민관합동 규제 해결 끝장 캠프는 여러 부처에 걸쳐 해결이 쉽지 않은 규제를 업종과 분야별로 모아 민관합동 토론을 거쳐 한번에 해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회의다.

홍종학 중기부 장관은 이날 모두 발언에서 “규제혁신은 제때 하지 못하면 국가경쟁력이 떨어지고, 오히려 잘못하면 안전문제 등으로 국민에 큰 피해가 갈 수도 있다”며 “앞으로 혁신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지속해서 발굴해 분야별 끝장 캠프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앞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달 4일 한 언론사 포럼에 참석해 “개인정보의 산업·상업적 활용 범위를 획기적으로 넓히겠다”며 “개인식별정보가 제거된 익명 정보는 물론이고 가명 정보 활용도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빅데이터 이용을 위한 개인정보는 인터넷전문은행 지분보유 한도와 더불어 문재인 정부의 핵심적인 규제 완화 과제다. 같은 날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주요 부처 장관 10여 명은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3시간 동안 비공식 만찬을 하며 경제 현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기업 등 민간투자가 중요하므로 투자 애로가 있다면 장관들이 발로 뛰면서 기업들과 소통하자’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 국가적 차원의 메가 투자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규제혁신은 이해관계자가 아닌 국민이 느낄 수 있도록 조속히 성과를 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을 모았다고 기재부는 전했다.

기재부는 5일부터 산업통상자원부·중기부 등 관계 부처, 지방자치단체들과 함께 충북 오송, 경북 구미 등 6개 국가산업단지와 드론·스마트공장 관련 업체들을 방문하는 ‘투자지원 카라반(현장방문단)’을 가동하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 각종 애로 사항과 규제 문제를 직접 듣기 위해서다. 앞서 김동연 부총리는 지난달 28일 인기 배달 앱 ‘배달의 민족’을 창업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를 ‘혁신성장 옴부즈맨’으로 위촉했다. 김 대표는 앞서 옴부즈맨으로 위촉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과 함께 규제를 풀기 위해 정부와 벤처기업 간 창구 역할을 하게 된다. 규제 개혁 주무부처로 꼽히는 국무조정실은 민관 합동 규제개선 추진단과 신산업규제혁신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이달 1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걸림돌을 제거하겠다”며 ‘사필귀정 TF(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사항을 귀 기울여 바로잡는 TF)’를 만들었다.

방기선 기재부 정책조정국장은 이달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르면 7월 말까지 규제혁신 리스트를 발표할 것”이라며 “리스트는 대략 10∼20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방 국장은 혁신성장 업무를 전담하는 민관 합동조직 혁신성장본부에서 규제개선·기업투자팀장을 맡고 있다. 경제부처 장관들이 공감한 ‘메가 투자 프로젝트’와 관련해서는 “기본 개념이 있는데 구체화가 필요하다”며 “파일럿 프로젝트 형식으로라도 내년 예산에 담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방 국장은 “미국 우주개발, 경부고속도로 개발 사업이 예가 될 수 있을 텐데 규모는 조 단위가 되지 않을까 한다”며 “공공수요 창출 측면보다는 미래 성장동력과 연관 지어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간이 선도하는 시대인 만큼 기업 아이디어를 들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8대 선도사업과 관련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파격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연 부총리는 4일 열린 제2차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에서 “7월 중 규제혁신 방안을 대통령께 보고드리고, 필요하면 연기된 규제혁신보고대회를 여는 등 가능한 한 빨리 규제혁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전문가들은 혁신성장이 구호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재호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혁신성장은 이전 정부의 창조경제·녹색성장과 상당 부분 중첩된다”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차별화된 정책을 수립하느라 기존 정책을 폐기할 게 아니라 필요한 부분을 적극 포용하고 계승함으로써 연속성·다양성을 견지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석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새로운 경제패러다임으로 제시된 정부의 혁신성장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지속적인 임금인상이 가능한 생산성 제고와 고부가가치 분야로의 신속한 사업재편, 이를 지원하는 산업정책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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