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은행이 발표한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실적을 종합하면 6조3203억 원으로 전년 동기(5조8986억 원) 대비 7.15% 증가했다. KB금융은 지난해 대비 2.9% 늘어난 1조915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리딩뱅크’ 자리를 수성했다.
지난해 1분기부터 KB금융에 1위 자리를 내준 신한금융은 1조7956억 원의 순익을 올리며 지난해 상반기보다 4.9% 줄었다. 다만 신한금융은 신한카드가 지난해 2800억 원 상당의 대손충당금 환입금(일회성 요인)이 반영된 측면을 고려하면 순익은 11.3%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그룹은 올해 상반기 18.9% 늘어난 1조3059억 원의 사상 최대 순익을 올렸다. 이는 시장 기대치를 훨씬 웃돈 것으로 하나금융을 소폭 앞질렀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26.5% 늘어난 1조3038억 원의 순익을 거뒀다.
금융그룹의 상반기 최대 실적은 특히 주력 계열사인 은행들이 순이자이익을 두 자릿수 비율로 성장시킨 공이 컸다. 4대 시중은행의 순이자이익은 올해 상반기 10조7583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9조6633억 원) 대비 11.3% 증가한 것으로 역대 최대 실적이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의 상반기 순이자이익은 2조967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4% 증가했다. 신한은행은 2조7137억 원으로 14% 늘었다.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1.9%, 8% 증가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은행들의 높은 ‘예대마진’ 의존도가 있다. 지난해 1분기 4대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의 단순평균은 1.78%였지만, 올해 1분기엔 1.88%로 0.1%포인트 정도 높아졌다. 한국은행 조사에서도 올해 1분기 은행권의 예대금리 차이는 2.35% 포인트로 3년 6개월 만에 최대치였다.
주택담보대출 등 은행들의 주요 수입원인 가계대출 금리가 뛴 덕도 있다. 올해 5월 신규 취급액 기준 금융회사 가계대출 평균 금리는 연 3.75%로 1년 전 3.47%보다 0.28% 포인트나 올랐다. 이렇듯 은행들은 금리 상승기에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를 크게 높이면서 수혜를 본 셈이다.
문제는 이렇게 이자에 의존하며 배를 불리는 은행들을 향한 곱지 않은 시선이다. 최근 금융감독원 조사에서 일부 시중은행들의 대출금리 조작 의혹이 불거지면서 은행들의 ‘이자 장사’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앞서 줄지어 터진 채용비리 사건에 이어 은행들의 신뢰도가 추락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최근 대출금리 조작 의혹도 받는 상황에서 이러한 실적은 ‘이자 장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