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금융사를 중심으로 순위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보험과 카드 등 일부 금융권에선 평직원을 중심으로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중소 보험업계는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을 앞두고 내부 자본 조달 기준을 맞추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카드업계는 내년도 카드수수료 인하와 각종 대출 규제 등으로 수익이 급감해 업계 위기설마저 감돈다.
◇“일부 보험사, 당장 매물로 나와도 이상하지 않아” = 보험업계 관계자 A 씨는 최근 보험업계 최대 화두인 K-ICS 대응 현황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현재로선 몇몇 보험사는 자본비율 충족이 사실상 힘들다는 뜻이었다. 그는 “새 회계제도(IFRS17)나 K-ICS를 도입하기 위해선 기존 상품을 일일이 다 뜯어본 뒤 재계산을 거쳐야 하는데 인력과 자본이 부족한 보험사 입장에선 충족하기 힘든 기준”이라고 말했다.
이는 당장 지급여력(RBC) 충족에서부터 문제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각 보험사 RBC는 250% 수준으로 지난해 말보다 8%p가량 하락했다.중소 보험사들은 평균 하락치보다 대부분 하락 폭이 더 컸다.
또 다른 보험 관계자는 “사실 대형 보험사도 새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서 사내 가용 인력과 자본을 대부분 투입하는 상황”이라며 “규모가 작은 곳은 어렵다고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 새 기준이 적용된 이후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인수합병(M&A) 시장에 중소 보험사가 매물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피인수 보험사 소속사 직원들은 불리한 위치에 설 수밖에 없다.
◇“카드업계, 수수료 인하·대출 총량 규제에 수익성 악화” = 카드업계는 보험사 상황보다 더 심각하다. 내년도 카드수수료 인하 방침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카드사의 주 수익원인 수수료 수익 감소가 불가피하다. 여기에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 등으로 카드론 등 대출마저 축소해야 할 상황이어서 업계의 불안감은 극심하다.
은행계열사 소속 카드사 관계자는 “윗분들이 은행계 카드사 직원들은 다시 돌아갈 곳(은행)이라도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자조 섞인 농담을 건낸다”며 “하지만 이제 자리 잡아가는 입장에서 직장의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인 카드사 수익 악화를 우려했다. 그는 “올해 상반기까지 카드사 수익성 악화를 겪었지만, 문제는 앞으로 이런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것 같은 업계와 정책 분위기”라며 “구조조정 얘기만 들어도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장기적으로는 한국 금리인상에 따른 카드사 자본 조달 비용 증가 역시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도 덧붙였다. 그는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채권금리도 올라가고 이는 자금 조달 비용의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며 “제로페이 등 외부의 위협에 노출된 상황에서 카드 시장이 안팎의 악재로 축소될 것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카드 관계자들은 최근 악재와 관련해 카드사뿐만 아니라, 카드사와 연계된 밴(VAN)사와 카드 모집인, 배송인 등 5만 카드업계 종사자와 그 가족 등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