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도입한 생활임금제도가 4년차를 맞았지만 완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관련 부처와 기관의 불협화음은 여전하다. 생활임금 규정을 준수하려면 '지방공기업 예산편성기준' 내용 일부를 변경해야 하는데, 이를 두고 서울시 산하기관 서울시설공단과 행정안전부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서울시설공단은 12일 “생활임금 준수로 인한 총액인건비 인상분이 행안부 경영 평가 시 총인건비 인상률 산정에서 제외되도록 '서울시 지방공기업 예산편성기준'에 명확히 명시할 필요가 있는 바 최근 이에 대해 행안부와 협의가 완료됐다”고 발표했다.
서울시설공단은 예산 편성 시 행안부와 서울시로부터 일정 기준을 부여받는다. 지방공기업법 제66조의2, 제76조, 같은 법 시행령 제60조 등에 따르면 행안부가 지방공사•공단(서울시설공단)의 예산에 공통적으로 적용할 사항에 대한 기준을 지방자치단체장(서울시장)에게 통보하면 지자체장은 이를 근거로 자체기준을 마련하고 해당 공기업(서울시설공단)에 통보한다. 이후 지방공기업(서울시설공단)은 인건비 등 예산편성 공통기준에 대해 노사 협의를 하고 임금 및 단체협약에 반영한다. 서울시설공단은 행안부의 '2019년도 지방공기업 예산편성기준'과 서울시 '2019년도 서울시 지방공기업 예산편성기준'을 준용해 내년도 예산을 편성한다.
문제는 공단이 총인건비 기준(총인건비 인상률 등)과 생활임금 인상률을 동시에 충족할 수 없다는 점이다. 내년도 생활임금은 올해(9211원)보다 937원 높은 1만148원으로 인상률이 10.2%다. 통상 물가상승률만큼 오르는 지방공기업 인건비 인상률에 비해 훨씬 높다. 올해 공단의 총인건비 인상률은 2.6%였다. 기준을 어기면 공단은 매년 행안부로부터 받는 경영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며 이는 성과급 지연, 연봉 삭감 등으로 이어진다. 생활임금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경영 평가를 포기해야 하는 셈이다.
공단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방공기업 총인건비에서 생활임금 반영 분이 제외될 수 있게 별도 조항을 신설하도록 행안부와 협의를 완료했다는 입장이다. '2019년 행안부 지방공기업 예산편성기준’을 보면 최저임금,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에 따른 인건비 증가분은 제외특례로 신설됐다. 생활임금 부분도 지방공기업 경영평가 지표인 ‘총인건비 인상률 준수 여부’ 평가 시 제외해 생활임금 인상분 반영에 따른 경영평가상 불이익이 없도록 한다는 것. 공단은 최저임금법 위반과 관련한 최근 보도에 대해 “올해 최저임금 미달분을 10일 소급지급했다”고 반박, 더 나아가 “향후 서울형 생활임금 기준에 부합하도록 임금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행안부는 협의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협의를 완료한 건 아니고 서울시와 얘기 중”이라며 “생활임금 부분은 여러 가지 고려할 부분이 있어서 논의를 좀 더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설공단과 행안부의 가교 역할을 하는 서울시 공기업담당 한 관계자는 "행안부와 협의 중"이라며 "아직 명문화되진 않았으나 실무 단계에서 얘기는 마쳤다"고 언급했다.
한편 박원순 시장은 2015년 생활임금제를 도입하고 규정 준수를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서울시는 시와 시 투자출연기관 21개 소속 직접고용 근로자, 시 투자기관 자회사 3개 소속 근로자, 민간위탁근로자, 뉴딜일자리 참여자 등 총 1만여 명이 생활임금 혜택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