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임원진 슬림화…200여 명 퇴출 통보

입력 2019-01-03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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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 경영’ 본격 추진

지난해 말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신규 임원을 대거 확충한 현대차그룹이 사실상 임원 수 줄이기를 단행했다. 140여 명이 신규 임원 반열에 올라섰지만 퇴출 임원은 2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만큼 임원진의 슬림화를 통해 내실 다지기와 수익성 회복에 주력한다는 전략이다.

3일 현대차그룹은 연구개발본부의 K 부사장과 PM총괄 L 부사장 등을 비롯해 각 사업부 상무 및 이사급 임원에 대해 해임 조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말 이미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의 임원 구조조정은 지난달 초 시작됐다. 설영흥·양웅철·권문식 부회장 등을 비롯해 계열사 사장단 일부가 고문으로 물러나면서 임원 규모 감축이 본격화됐다. 정기 임원인사가 단행될 때에도 희비는 엇갈렸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19일 현대기아차 183명, 계열사 164명 등 모두 347명 규모의 임원 승진 인사를 했다. 직급별로는 △부사장 8명 △전무 25명 △상무 64명 △이사 106명 △이사대우 141명 △ 연구위원 3명 등이었다.

이 가운데 신규 임원인 이사대우 승진자는 2017년(115명)보다 22.6% 늘어난 144명(연구위원 3명 포함)에 달했다. 전체 승진자 가운데 이사대우 직급 비중은 40.6%로 2011년 44.0% 이래 최대 수준이었다. 반면 상무 이상 승진자는 전년 대비 5명이 줄었다. 그룹 측은 이에 대해 “미래 성장 잠재력 확보와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의지가 인사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표면적으로 연구위원을 포함한 신규 임원 승진이 150명에 육박했지만 210명에 달하는 임원이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자리에서 물러났거나 물러날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임원진 슬림화가 단행된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계열사 역시 마찬가지다. 현대카드에서도 지난해 말 본부장급 상무와 실장급 이사 등 총 6명의 임원이 해임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은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다. 지난해 3분기 원·달러 환율은 물론 주요 신흥국 통화가치 하락 탓에 어닝쇼크를 겪기도 했다.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2889억 원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76% 감소했다. 2010년 이후 최악의 어닝 쇼크였다. 이를 기점으로 자동차업계에서는 큰 폭의 구조조정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은 대규모 구조조정 대신 간부급 임원을 축소하는 전략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수출 주력국의 산업 수요가 감소하면서 최근 몇 년 사이 부침을 겪었지만 사실상 저점을 통과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며 “일부에서 구조조정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내부적으로 전혀 논의된 바는 없다. 다만 그룹 전반적으로 200명 안팎의 임원들이 자리에서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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