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부진과 자금압박, 각종 구설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불황에도 높은 실적을 견인하며 국내를 넘어 세계가 주목하는 인물로 부상한 이도 있다. 또 석연치 않은 이유로 경영에서 물러났다가 복귀 시기를 저울질 중인 이도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전 사장과 이랜드 박성경 전 부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난 반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최대 실적을 견인하며 역시 ‘리틀 이건희’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박근혜 정권 시절 정권의 압력으로 치료를 이유로 경영에서 손을 뗐던 이미경 CJ 부회장의 복귀도 임박했다.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은 지난해 말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사실상 경영에서 손을 떼면서 삼성물산 패션사업이 더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전 사장은 16년간 패션부문을 이끌어왔다. 표면적인 퇴진 이유는 사업 부진이지만 삼성바이오 사태 수습용 인사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빈폴키즈가 수익성 악화로 오프라인 매장 철수라는 초강수를 뒀고 빈폴아웃도어는 빈폴스포츠로 흡수합병했다. 브랜드 확장보다 축소를 통한 보수적인 실적 개선 행보를 보인 것이다. 야심차게 론칭한 에잇세컨즈도 글로벌 SPA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3분기까지 누적 매출 1조2649억 원, 12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4년간 이랜드 그룹의 경영을 진두지휘해온 박성경 부회장도 이랜드 재단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리면서 이서현 전 사장과 닮은꼴 퇴진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랜드 창업주인 박성수 회장의 동생인 박 부회장은 1984년 이랜드에 입사해 중국 사업의 성공을 견인한 인물이다. 일찌감치 SPA 브랜드를 론칭하고 중국 유통망을 확충했지만 박 부회장 역시 실적 부진과 부채가 발목을 잡았다. 2013년 말 399%에 달하던 부채비율을 낮추고 유통성 위기 극복을 위해 이랜드는 이랜드리테일의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오너 경영을 접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에 나선 것도 이랜드리테일의 상장을 위한 수순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차례 IPO에서 고배를 마신 이랜드리테일은 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올해 또 한번 상장에 나설 계획이다.
이미경 CJ 부회장은 올해 복귀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 부회장은 ‘CJ는 문화입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CJ그룹의 문화사업을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K-팝 전진기지로 불리는 CJ E&M의 마마(MAMA, 엠넷 아시아 뮤직 어워드) 역시 이 부회장의 손 끝에서 탄생했다. 최근 법원이 조원동 전 경제수석이 이 부회장의 퇴진에 압력을 가했다는 사건에 유죄판결을 내리면서 이 부회장의 복귀설도 한층 탄력을 받고 있다. 실제로 경기도 일산에 조성하는 ‘K컬처밸리’ 내에 들어서는 호텔의 콘셉트와 F&B 구성 등에 이 부회장이 직접 참여한 것으로도 알려지며 사실상 이미 복귀 신호탄을 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