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미중 사이 핵심으로 부상한 ‘동남아’] 한반도 해빙무드 타고 北-아세안 ‘新데탕트 시대’

입력 2019-02-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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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관계 극적으로 개선…베트남, 북한이 본받아야 할 개혁개방 모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살해 용의자 중 한 명인 베트남 국적의 도안 티 흐엉(가운데)이 지난해 8월 16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샤알람고등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나서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떠나고 있다. 샤알람/AP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서 살해된 지 13일(현지시간)자로 2년을 맞았다. 여전히 김정남 살해를 실행했던 여성 2명에 대한 재판은 진행 중이지만 당시 사건으로 악화했던 북한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의 관계도 복구가 진행되고 있다.

김정남은 2017년 2월 오전 많은 이용객이 오가는 말레이시아 쿠알루룸푸르 국제공항에서 피격 직후 사망했다. 각각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국적의 여성 2명이 김정남의 얼굴에 맹독의 VX 신경가스액을 문질러 살인한 혐의로 기소됐다. 범행에 관여했던 북한 국적 용의자 4명은 모두 해외로 도피해 북한 개입을 입증하기는 어려워졌다.

사건 직후 말레이시아가 평양 주재 대사관 폐쇄 방침을 표명하고 자국민이 사건에 휘말린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도 북한에 분노하는 반응을 보였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정상회담이 양측 관계의 극적인 전환 계기를 마련해줬다고 분석했다.

아세안 각국이 북미 협상을 지켜보는 자세로 돌아서면서 북한에 대한 강한 비판을 삼갔다. 북한도 지난해 말 리용호 외무상이 베트남을 방문하는 등 관계 복구에 나섰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열리게 된 것은 사실상 김정남 살해 사건 영향이 거의 해소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1~2차 북미 회담을 모두 국제적인 대화 장소였던 스위스 제네바 등 대신 아세안 국가들이 유치하면서 글로벌 정치·외교 무대에서 이 지역이 새롭게 각광받을 전망이다.

이제 아세안과 북한의 해빙 모드 속에 27~28일 2차 북미 회담이 열리는 베트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베트남과 미국은 과거의 원한 관계를 청산한지 오래며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돈독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베트남식 개혁개방 정책인 ‘도이머이(DoiMoi·쇄신)’는 미국이 북한에 권유하는 성장모델이기도 하다. 북한도 자국 대사관이 있는 전통적인 우방 베트남을 2차 회담 장소로 선호했다. 베트남은 회담 유치를 위해 미국, 북한은 물론 중국 등과도 긴밀히 협력했다.

베트남은 공산당 일당 독재체제이지만 1986년 시작한 도이머이를 지속하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공산주의 골격을 유지하면서도 해외자본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동남아시아 최고 경제성장을 이룩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에 베트남이 걸어온 것과 같은 형태의 경제발전을 이루기를 바라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해 7월 베트남 하노이 방문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베트남과)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동남아 후발주자였던 베트남은 특히 2007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후 가파른 성장궤도에 올라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7.08%에 달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 여파로 중국에서의 제조업 기지 이전도 가속화하고 있다.

베트남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세계에 자국을 어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게 됐다. 남중국해에서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미국과 외교 면에서 관계를 더욱 강화, 중국의 움직임을 봉쇄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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