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서 36년…애정·염려 담긴 한국 탐구서
“한국인이 생각하는 국민 정서는 폭민정치를 피하기 위해 우리에 가둬 놓아야 할 짐승이다”라는 그의 고언을 깊이 새길 필요가 있지만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환상을 가진 사람들 덕분에 당분간 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저항과 국민 정서와의 로맨스에서 벗어나는 것을 보려면 새로운 세대를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는 그의 지적은 옳다. 칙칙한 시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의 미래 전망은 다소 의외다. 근대 한국의 운명을 40년 주기로 설명한다. 1905년부터 2차 세계대전이 끝나는 40년은 성서의 유대민족이 광야를 방황했던 시기다. 이후 해방 또는 1988년까지를 근대국가 건설을 위한 기반 조성기로, 향후 40년을 남한 경제가 선진 경제로 발전하고 민주주의 역량이 강화되는 시기다. 그 종결 시점을 2028년으로 잡지만 과연 그런 낙관적인 미래가 우리에게 펼쳐질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한국인에게 지도자를 신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지도자를 선출함으로써 결국 그들을 새로운 우월적 지위에 올려놓기 때문이다.” 지도자가 되기 전에는 겸손하던 사람이 일단 그 자리에 올라가기만 하면 전지전능한 사람처럼 바뀌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풍토와 문화가 이를 만드는가, 아니면 사람이 문제인가 헷갈릴 때가 많다.
그는 한국인들에게 다소 논쟁적인 이야기도 서슴지 않는다. “한국에 거주하는 많은 외국인들, 특히 자국 정부에 현기증이 나는 사태를 보고해야 하는 외교관들에게는 사라지지 않는 의문이 남아 있었다. 박근혜가 실제로 잘못한 것은 무엇인가?” 그때는 그렇다고 치고 지금은 어떤가. 그는 지금도 마찬가지라 한다. “지극히 간단한 질문 같지만 그 답은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아리송하다.” 그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미국처럼 법에 기초했더라면 조사 과정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며, 그녀의 임기가 끝나는 2018년 2월까지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 책이 가진 가치는 ‘우리’라는 전체에 함몰될 수도 있는 생각의 틀을 흔들어 놓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이라 할지라도 타자의 눈에는 이렇게 보일 수 있구나 하는 각성을 주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한국인의 위대한 성취에 대해서도 그는 타자의 시각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한국인을 폄하할 의도는 없지만, 한국의 부상은 또한 미국의 성공 스토리로도 볼 수 있다.” 이런 주장에 다소 언짢아할 수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한국의 성장에 미국이 시동을 건 것은 아니지만 미국은 성장을 가능하게 한 안보 우산을 지속적으로 제공했다. 또한 자국의 부와 자유를 통해 한국이 추구해야 할 미래를 보여주었다.”
기자 시절 그는 북한 담당이었다. 북한에 대한 그의 이해는 깊은데, 우리가 잊고 있는 사실도 상기시켜 준다. “북측은 최소한 네 번에 걸쳐 남한의 대통령을 살해하려는 시도를 했다.” 한국인이 아무렇지도 않게 행하는 특성을 두고 “밖에 있는 사람들은 ‘아무도’ 아니며 그들에게는 어떤 의무감도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우리와 나를 이해하는 데 타자의 시선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