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는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 이름이 종일 오르내렸다. 신 의원이 28일 본회의에 6개월 된 아이를 데리고 출석하겠다며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공개 허락을 구했기 때문이다.
신 의원은 자신의 요청이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 제안 설명 시, 법안 취지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법 151조에 명시된 회의장 출입의 제한에 따르면 국회 본회의장에는 의원, 국무총리, 국무의원 그밖에 의장이 허가한 사람 외에는 출입이 금지된다. 즉, 문 의장의 허락이 있을 때만 신 의원이 아이를 데리고 본회의에 출석하는 것이 가능하다. 신 의원은 지난해 9월, 24개월 이하 영아의 회의장 동반 출입을 허용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해당 법안은 현재 소관 상임위 소위에 계류 중이다.
이날 신 의원이 제안 설명을 하기로 예정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은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해, 신 의원과 아이의 동반 출석은 무산된 상태다. 만약 문 의장과 여야 교섭단체 대표들이 신 의원의 동반 출석을 허가하고, 그의 개정 법률안이 다음 달 4일 법사위를 통과해 5일 본회의에 상정될 때는, 아이와 함께 회의장에 출입할 수 있다.
신 의원의 이번 요구 사항을 두고 전형적인 정치 퍼포먼스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셌다. 반면, 24개월 미만 아이를 맡길 적당한 곳이 없다는 워킹맘들의 공감과 응원도 쏟아졌다. 신 의원의 요구대로 아이를 직장에 데리고 출근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일까? 10개월 전 육아 휴직에 들어간 공무원 정모(29) 씨와 워킹맘의 육아에 대한 모든 것을 얘기해봤다.
◇아이와 출근한다면, 일의 효율은?
나경연 기자(이하 나): 아이와 출근만 할 수 있다면 일의 효율은 극대화되지 않을까요? 제가 엄마라면 ‘땡큐’일 것 같아요. 일단 내 눈앞에 아이가 있으니까 심리적으로 불안하지도 않고, 아이가 어떤 상태일까 걱정되지도 않으니 일에 더 집중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정모 씨(이하 정): 아뇨, 저는 정반대라고 생각해요. 일의 효율이 제로에 가깝게 수렴할 거에요. 아이가 제 무릎에 있는데 일을 한다? 불가능해요. 일도 제대로 못 하고, 아이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최악의 결과가 뻔히 보여요. 내 아기에도 미안한 일이고, 직장에도 민폐 끼치는 일이죠. 신보라 의원 아이가 6개월이라고 했는데, 제 아이는 8개월이에요. 종일 손이 가는 시기에요.
나: 그런가요? 그래도 어린이집에 맡겨두고 불안해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싶어요. 요새 뉴스에 어린이집 폭행사건이 하도 빈번하게 등장해서, 아예 아파트 주민들끼리 서로 품앗이처럼 돌아가면서 아이들을 돌봐주는 새로운 형식의 돌봄 문화가 생기고 있다고 해요. 그 정도로 부모들의 불안감이 큰데, 조금 힘들더라도 아이와 함께 출근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정: 아이를 키워보지 않고서는 이해하지 못 할거에요. 모든 아이의 발달사항이나 발달 시기가 다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태어난 지 6개월에서 8개월 사이의 아이들은 이제 막 소리를 지르는 시기에요. 흔히 익룡 소리를 낸다고 하죠.(웃음) 졸릴 때, 배고플 때, 엄마 품에 안기고 싶을 때 대중없이 소리를 질러요. 기저귀를 갈아줄 때면 온몸을 비트는데, 엄마들 힘과 맞먹어요. 이런 아이들을 무릎에 앉히고 일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나: 그러면 함께 출근하는 것보다는 어린이집에 맡기는 걸 더 선호하시는 거네요?
정: 그렇죠. 조금 불안하더라도 어린이집에 맡겨둬야 제가 정상적으로 업무를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재택근무라고 하면 가능할 것도 같아요. 하지만 회사라는 공간에 출근해서 아이를 돌보면서 업무도 하는 것을 불가능이에요. 저 같은 경우는 민원대에서 시민들의 민원을 봐야 하는데, 계속 아이가 울거나 보채서 업무가 지체되면 시민들의 불편이 극대화되겠죠.
◇워킹맘이 본 신보라 의원…“전형적인 쇼, 반감만 커져”
나: 실제 육아 휴직을 하는 워킹맘으로서 신보라 의원의 이번 요구 사항을 어떻게 보세요? 신보라 의원도 실제 6개월 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이니, 엄마들의 고충을 이해하는 행동이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정: 전혀요.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고 생각해요. 국회 본회의가 직장인 근로시간처럼 주 5일, 하루 8시간 진행되나요? 일반 워킹맘들이 일하는 노동 시간을 그대로 따르면서 법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면 와 닿았을 것 같아요. 단순히 회의가 진행되는 몇 시간 아이를 잠시 데리고 오는 행동은 워킹맘들의 반감만 사게 될 거에요. 시민들이 보기에 신보라 의원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상주 돌보미를 고용할 연봉을 받고 있으니까요.
나: 돌보미 비용이 부담스러워서 어쩔 수 없이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야 하는 엄마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는 행위일 수도 있겠네요. 그러면 워킹맘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국가가 돌보미 서비스를 이용할 때 드는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는 정책인가요?
정: 아니요. 엄마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내 아이를 엄마 손으로 직접 키우는 거예요. 그런데 돈을 벌어야 하니 어쩔 수 없이 어린이집에 맡기고 직장으로 복귀하는 거죠. 조금 더 여유가 있는 집은 1대 1 돌보미를 고용하는 것일 테고. 내 아이를 내가 키우고 싶은 것이 모든 엄마의 희망이에요. 하지만 육아 휴직을 쓰면 월급 일부분만 지급되고, 그마저도 1년이라는 제한이 있으니 눈물을 머금고 직장으로 돌아가는 것이죠.
나: 육아 휴직을 쓰는 워킹맘으로서, 신보라 의원처럼 아이를 데리고 출근하는 것도 바라는 바가 아니라는 뜻이네요. 직장에도 민폐를 끼치지 않도록 집에서 아이를 키우되, 월급은 그대로 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가 이상적이네요.
◇해외사례로 본 아이 동반 출근…우리나라도 가능할까?
정: 뉴스에서 비슷한 사례를 본 것 같아요. 뉴질랜드 총리가 젖먹이를 데리고 국회에 출석해서 이슈가 된 적도 있었잖아요. 하지만, 그 총리도 매번 그러지는 못했을 거예요. 지속되지 못하고 일시적 퍼포먼스에 그쳤을 거라고 생각돼요. 단순히 상징성만 보여준 것이죠.
나: 해외에서는 종종 이런 이벤트가 있었어요. 지난해 4월 미국 의회에서 태미 덕워스 상원의원이 '의사당 내 영아출입 허용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어요. 그리고 생후 10일 된 아이와 동반 입장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죠. 재작년에는 호주 상원의원 라리사 워터스가 본회의장에서 모유 수유하는 장면이 보도됐었죠. 전 세계가 일과 가정 양립이 가능한 삶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죠.
정: 일과 가정 양립이 실질적으로 가능한 일인지 의문이에요. 저희 아파트에서 같은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엄마들 모임이 있는데, 일하지 않는 엄마들이 없어요. 어떤 엄마는 생후 100일 된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직장에 복귀하더라고요. 회사가 눈치를 줬는지,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었는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불가피한 사정이 엄마들의 육아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은 확실해요.
나: 워킹맘들이 느끼는 현실은 정말 척박하네요. 그래도 일과 가정의 양립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직장 내 어린이집 아닐까요? 아이와 출근한 뒤에, 점심시간에 아이를 만나볼 수도 있고. 퇴근할 때 같이 집으로 돌아가고. 어느 정도 아이와 엄마의 행복을 보장해주는 것 같아요.
정: 물론 구청에 직장 내 어린이집이 있어요. 하지만 대기자가 많아, 원한다고 다닐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직장 내에 있다고 사고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고요. 신보라 의원의 행위가 정치적 쇼라고 느껴지지만, 그래도 그를 응원하는 마음이 드는 것은 그런 정치적 쇼들이 하나둘 모여 워킹맘을 위한 정책으로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 때문이에요. 해외에서도 그런 정치적 쇼들이 선진적인 육아 정책을 탄생시킨 것 아니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