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그룹 일감돋보기] 경동원, 일감 몰아주기도 ‘국가대표급’

입력 2019-04-04 19:00수정 2019-04-05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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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보일러 시장 1위 기업 경동나비엔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경동원의 일감 몰아주기(내부거래)가 ‘국가대표급’인 것으로 드러나 눈총을 사고 있다. 내부거래 규모는 해가 지날수록 증가 추세로 안정된 매출을 바탕으로 올린 수익은 오너가의 곳간을 채우고 있다.

경동원그룹은 고 손도익 회장이 1967년 부산에서 설립한 왕표연탄이 모태다. 이후 손 회장은 조흥내화공업사, 경동탄광, 울산연탄, 경동기계 등을 설립하며 사세를 키웠다. 2001년 창업주 별세 이후 장남인 손경호 경동도시가스 명예회장과 차남 손연호 경동나비엔 회장, 삼남 손달호 원진 회장 등이 그룹을 셋으로 나눠 독자적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손경호 회장은 경동홀딩스를 지주회사 격으로 경동도시가스와 일부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경동홀딩스는 2002년 원진이 투자사업과 연탄제조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을 거쳐 설립된 회사다. 손연호 회장은 경동원을 중심으로 자회사 경동나비엔을 주력 계열사로 두고 있다. ‘여보 아버님 댁에 보일러 놓아 드려야겠어요’라는 광고로 유명세를 탔으며 최근에는 ‘국가대표 보일러’라는 광고 카피로 잘 알려져 있다. 손달호 회장은 그룹의 모태인 왕표연탄을 이어받아 1990년 상호를 왕표에서 원진으로 변경했다.

3형제가 보유한 회사 중 내부거래로 뒷말이 무성한 곳이 바로 경동원이다. 이 회사는 1982년 설립됐으며 2010년 경동네트웍이 지주회사로 변경되며 현재의 사명으로 바꾸고 경동네트웍을 분할했다. 그러다 2012년 경동네트웍과 경동세라텍을 흡수합병했으며 지주사 역할은 물론, 친환경 내화단열 사업도 펼치고 있다.

경동원은 손연호 회장 27.45%를 비롯해 친족 및 특수관계법인 총 61인의 주주가 93.72%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경동원은 유가증권 상장사 경동나비엔의 최대주주(50.51%)이며 경동나비엔은 경동에버런(100%)과 경동티에스(100%)을 비롯해 중국과 미국, 러시아, 영국 등에 현지 법인을 두고 있다.

경동원의 최대 매출처는 자회사인 경동나비엔이다. 순수 지주사 역할을 하던 2010~2011년 매출은 별도기준 10억 원 안팎이었지만 2012년 합병을 거치며 매출이 800억 원대로 껑충 뛰었다. 또 2013년에는 매출이 1751억 원으로 두 배가량 늘었고 지난해 2654억 원을 기록하며 매년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내부거래 규모는 2013년 1127억 원에서 지난해 1937억 원까지 늘어나며 2000억 원에 육박했다. 내부거래 비율 역시 2012~2015년 60%대 중후반을 유지하다 지난해 73%까지 늘어나는 등 경동나비엔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는 추세다.

경동원은 안정적인 수익을 기반으로 오너가에 배당은 물론 경동나비엔에 대한 지배력 확대에 이용됐다. 경동네트웍 시절 30%대 후반이던 경동나비엔 지분은 현재 과반을 넘었다. 현금배당도 2016년 주당 100원에서 150원으로 올린 데 이어 2017년 2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2013년부터 작년까지 지급된 배당금이 40억여 원이다.

경동나비엔 측은 보일러 업계 특성상 내부거래가 불가피하다고 해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수출을 위해서는 세계 표준인 유럽의 EN규격에 맞춰야만 하는데 값 비싼 유럽 부품을 수입할 수도 없어 독자적 노력을 진행해서라도 부품을 국산화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었다”며 “2000년 초반 수출초기 국내 콘덴싱보일러의 물량이 뒷받침 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출 시장만을 타겟으로 외부 업체에 부품 개발을 위한 투자를 요구할 수도 없어 전문 기술력을 가진 관계사와의 협업을 통해 활로를 모색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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