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일본 증시 영업일수 245일, 세계 77개 거래소 중 53위
이번 주말부터 일본에서 10일간의 황금연휴가 시작되면서 일본 증권거래소가 역사상 가장 긴 휴장에 들어간다. 과거 최장 휴장 기간은 8일이었다. 유례없는 10일간의 휴장을 앞두고 증권가에서는 ‘휴일 거래’ 논쟁이 불붙었다. 해외에서 증시 관련 대형 이벤트가 줄줄이 대기 중인데 휴장 탓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해외시장과 일본 증시 간 연동성이 커진 만큼 휴일 거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일본의 황금연휴 10일 동안 해외에서는 주요 이벤트가 이어진다.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리고(4월 30일~5월 1일) 미 공급관리자협회(ISM)의 제조업신뢰지수(1일), 미 고용통계(3일) 등 경제지표 발표가 예정돼 있다. 또 알파벳(29일), 애플(30일) 등 미국 주요 기업의 실적 발표도 줄을 잇는다.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에도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 증권가는 연휴 전 다채로운 이벤트에 대비해 위험 회피 등 대응을 해놨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예상대로 움직이지 않는 증시의 특성 상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일본 증시도 크게 출렁일 것인데 일본 투자자들이 실시간 대응할 수단이 없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공휴일에도 주식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사실 ‘휴일 거래’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일본의 영업일은 해외 주식 시장에 비해 적은 편이다. 세계 거래소 연맹에 따르면 2018년 일본 거래소 그룹의 영업일수는 245일로 세계 77개 거래소 중 53위였다. 세계에서 가장 영업일수가 많았던 독일의 258일보다 13일이 적었다. 유로넥스트(255일),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증권거래소(251일), 홍콩증권거래소(246일), 싱가포르거래소(251일) 비해서도 휴일이 많다.
물론 해외 주식시장도 공휴일에 거래를 하지 않는다. 현물 주식 거래의 경우 상장 기업의 대응이 중요해 기업들이 쉬는 공휴일에 거래를 쉰다. 그러나 주가지수선물 등 파생상품을 상장한 해외 시장은 공휴일에도 개장을 하는 경우가 많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는 연간 휴무일이 3일 뿐이고 싱가포르거래소도 파생상품에 대해서는 설날을 빼고는 거래를 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일본의 파생상품 전문시장인 오사카거래소가 3년 전부터 주가지수선물을 중심으로 휴일 거래를 모색하고 있다.
한편 파생상품의 휴일 거래에는 장애물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은행이 휴업하고 있어 투자자의 주문 결제가 어렵다는 것이다. 은행 휴업은 증거금 차입에도 영향을 준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다. 환율이 크게 변동할 경우 추가 증거금을 투자자로부터 차입 받아야 하지만 은행 휴업으로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증권업계는 휴일 거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간 시장이 멈추면 투자자들이 겪는 불편이 크다. 주가지수선물 시장만이라도 휴일 거래를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휴일 거래에 현물 주식을 포함한 본격적인 대응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주가지수선물 등 일부만 허용하면 유동성이 낮은 시장에서 가격이 왜곡되는 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황금연휴가 다가오는 일본에서 증시의 휴일 거래 논쟁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