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타이거 우즈에게서 근성을 배우다

입력 2019-05-08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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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선 자올 대표이사

“600위권 밖으로 떨어져서 각종 부상을 안고 사는데? 이미 그의 골프 인생은 끝났어.” “아무리 천재라도 그 운명을 다한 거지.”

수많은 입방아를 잠재우기라도 하듯 타이거 우즈는 지난달 15일 세계 최고 권위인 마스터즈 대회에서 다시 한번 우승하며 황제의 부활을 알렸다. 약물중독으로 차 사고를 내고 치욕스러운 경찰서 머그샷이 공개되면서 손가락질을 받고, 스무 명이 넘는 여성과의 무분별한 불륜으로 세상에서 외면당했던 그가 골프로 정정당당하게 최고의 자리로 돌아왔다.

우리나라 시간으론 새벽이었지만 보는 내내 눈 한 번 비비지 않게 만든 역전의 드라마였다. 어떤 상황에서든 표정 변화 없이 세 번의 빈스윙을 거르지 않고 자신만의 루틴을 지키며 게임에 임하는 모습이 여느 때와는 달리 비장하기까지 했다. 그가 범법을 저지르고, 파렴치한이라 불리던 것을 알지만 나도 모르게 그의 우승을 기도했던 것 같다. 우즈를 따르는 갤러리들도 같은 감정이었는지 샷마다 손뼉를 치고 환호하며, 그린 언저리에서는 땡그랑 하며 홀컵에 공이 떨어질 때마다 벌떡 일어나 두 팔 벌려 환호했었다. 한국이라면 어땠을까. 아무리 골프를 잘 친다 한들 다시 뜨겁게 환호하며 응원해줄 수 있었을까. 무엇이 대중으로 하여금 그토록 열광하게 하는지 우즈의 매력이 궁금해졌다.

두 살 때부터 ‘골프 신동’으로 불려 TV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던 우즈는 스물의 나이에 프로에 데뷔했다. 데뷔 첫해 마스터즈 대회에서 2위와 무려 12타 차이인 18언더파로 놀랍게 우승했다. 네이버 지식검색에 타이거 우즈를 검색해 수상 이력을 살펴보자니 스크롤이 한없이 내려간다. 과연 천재는 전재다. 그런 그가 2006년부터 몇 번의 슬럼프와 부상을 전전하며 각종 구설에 오르더니, 이혼으로 가정마저 무너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직한 반성이 있어서 다시금 오늘의 황제로 귀환하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불륜이 들통나고 세상이 손가락질할 때 타이거 우즈는 “나는 내가 원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나는 인생 내내 지나치게 열심히 일했고, 내 주변의 모든 유혹을 받아들여 즐겨도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럴 자격이 있다고 느꼈던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돈과 명예 덕분에 모든 것은 주변에 있었다. 하지만 모두 틀린 생각이었다. 나는 어리석었다”고 덧붙였다. 잘못을 뉘우치는 반성이 우즈를 새로 태어나게 했고, 사람들은 2년여의 시련을 버텨가며 묵묵히 노력한 그를 용서하며 다시금 맞아준 모양이다. 반성과 새로 태어남. 그리고 용서와 아낌없는 응원. 미국, 그들만의 문화도 부럽고 우즈의 그 배짱과 뚝심 또한 가히 천재적이다.

우승을 결정짓고 나누던 어머니, 자식을 비롯한 10여 명과의 포옹을 지켜보는데 왜 그리 가슴 뭉클하던지. “골프채로 너를 대신해서 말하게 하라”고 했던 그의 어머니의 가르침처럼 우즈는 세간의 손가락질과 가족을 망가뜨린 원죄에 대해 솔직히 반성하고 골프채로 다시 말하는 데 성공했다. 묵묵히 실력으로 재기를 다짐했을 그의 뚝심에 박수를 보낸다.

우즈의 재기가 인간승리 이상의 가슴 뭉클함을 주는 이유는 간단하다. 천재임에도 노력하고, 부와 명예를 다 이루었으며, 그로 말미암아 일탈하였고, 일탈하였으나 솔직히 반성하고, 가정을 깨뜨렸지만 묵묵히 골프채로 대신 말하게 만드는 등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그의 우여곡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곡절 많은 세월에 스포츠 하나에 열광하는 까닭 또한 우즈로 말미암아 우리 인생도 곧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타이거 우즈, 돌아온 골프 황제는 필자에게도, 그리고 세상에도 골프채 하나로 수많은 말을 대신하고 있다. 그의 근성을 닮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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