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민 정치경제부 정치팀장
이를 두고 호사가들은 지난달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2분 단독회담과 비교하며 문 대통령의 외교능력에 의문을 제기한다. 문 대통령이 실리외교를 위해 골프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너무 곧으면 부러진다’는 말처럼 문 대통령이 너무 곧다 보니 국익과 힘의 원리가 작동하는 국제 외교에서 외교능력의 빛이 바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문 대통령의 올곧음은 정평이 나 있다. 외국 순방에서 문 대통령이 빡빡한 일정을 강행군하는 이유는 국민 세금을 아끼기 위해서다.
예전 순방 때 너무 순방 일정이 빡빡한 게 아니냐고 청와대 관계자에게 푸념한 적이 있다. 일정이 너무 많다 보니 기사처리 할 시간적 여유도 주지 않아 결국 한국에 있는 동료 기자에게 부탁한 적이 몇 번 있었다. 이에 대해 불평을 하자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에게 일정을 조금 여유 있게 짜자고 건의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이에 문 대통령은 하루 더 머물렀을 때 30억 원 정도의 비용이 더 들어가기 때문에 최대한 일정을 짧게 하라고 지시했다고 귀띔했다.
다른 사례에서도 문 대통령의 올곧음을 볼 수 있다. 지난해 4월 70년 만에 남북 정상 간 핫라인(Hot Line·직통전화)이 처음 개설됐을 때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필요할 때에는 아무 때든 연락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난감해하며 “핫라인은 아무 때나 연락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핫라인의 성격을 곧이곧대로 얘기했다는 것이 청와대 핵심 관계자의 얘기다. 이후 남북 정상 간 핫라인 통화는 한 번도 없었다. 만일 문 대통령이 올곧게 얘기하기보다 ‘편할 때 언제든지 통화해도 된다’고 융통성을 발휘했더라면 지금의 남북 경색 상태가 조금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북미·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남북 대화 채널이 막혀 있어 문 대통령이 조기 추진하려 했던 4차 남북 정상회담도 깜깜무소식이다.
최근 한일 관계 경색에 대해 문 대통령이 외교전략을 수정해 보는 것은 어떨까. 물론 문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역사와 외교는 분리해 ‘투트랙’으로 간다는 외교전략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역사와 외교는 분리하더라도 문 대통령이 먼저 국익을 위해 아베 총리에게 손을 내미는 모습도 연출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지금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싼 주변국 외교 상황은 매우 급하게 돌아가고 있다.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와 손을 잡고 외교 강화에 나서고 있고 일본도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과도 손을 잡을 태세다. 한반도 평화의 주인공으로 외교에 나섰던 한국이 왠지 소외되는 듯한 모습이 보인다는 얘기까지 나올 지경이다. 지금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조금이라도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누구나 만나야 할 때다. 그런 점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주장하는 1대 1 만남도 필요하다. 다른 정당 대표들의 눈치를 본다면 황 대표와의 일대일 면담 이후 줄줄이 다른 정당 대표와 일대일 면담을 가지면 그만이다.
아울러 골프 마니아인 트럼프 대통령과도 한번 골프라운딩을 가져보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이 골프를 잘 못 친다면 아베 총리가 이번 골프회동에서 일본 선수 최초로 미 프로골프(PGA) 경기에서 우승한 아오키 이사와를 불러 동반 골프를 했던 것처럼 프로선수와 같이 라운딩하면 된다. 만일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 때 국회연설 도중 당시 US여자오픈에서 우승했던 박성현 선수를 극찬했었는데, 박 선수에게 부탁해 동반 라운딩을 간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은 어떨까 궁금해진다.
지금 한반도 비핵화 문제뿐만 아니라 미 자동차 관세폭탄, 이란산 원유 수입금지 문제 등 한미 간 풀어야 할 숙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한 번쯤 문 대통령이 올곧음을 벗어나 국익을 위한 일탈을 감행해 보길 진정으로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