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익기 씨가 소유하고 있는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에 대한 문화재청의 반환 강제집행이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상주본 소장자 배 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청구 이의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배 씨는 골동품 판매상 조모 씨로부터 2008년 무렵 고서적 2박스를 30만 원에 사들이면서 상주본을 몰래 끼워 넣는 방법으로 빼돌렸다. 조 씨가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1심은 해례본을 돌려줘야 한다고 선고했고, 2011년 판결이 확정됐다.
이와 관련된 형사재판에서 배 씨는 절도 혐의에 대해 2014년 무죄가 확정됐다. 다만 조 씨는 2012년 5월 국가에 상주본 소유권을 기증하겠다고 밝힌 뒤 사망했다. 이에 따라 문화재청이 상주본 회수에 나서자 배 씨는 “형사 판결로서 고서에 대한 절취 행위는 무죄가 확정됐으므로 소유권이 있다”고 주장하며 청구 이의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1심은 “형사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판결이 확정됐다는 것만으로 고서의 소유권이 배 씨에게 있어 민사 판결의 집행력이 배제돼야 한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1심은 “배 씨에 대해 무죄 판결이 확정됐다 하더라도 고서의 소유권이 배 씨에게 있다는 사실이 인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짚었다.
또 “확정 판결에 재심 사유가 존재하는 경우에 재심의 소에 의해 취소를 구하는 것이 원칙적인 방법”이라며 “집행력 있는 민사 판결이 내려진 후 그 판결에서 인용된 절취 행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형사 판결이 확정됐다는 사실만으로 민사 판결의 집행력이 당연히 소멸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2심도 1심의 판단이 옳다고 보고 배 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배 씨의 상고 이유에 관한 주장은 상고심 절차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사유를 포함하지 않거나 이유가 없다고 인정된다”며 상고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