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의 경제]는 세상에 존재하는 건강한 덕후들을 통해 해당 산업을 조망하는 코너입니다. 덕질이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고, 더불어 ‘덕후’의 삶도 전하겠습니다. 주위에 소개하고 싶은 덕후가 있다면 언제든지 제보해주시기 바랍니다.
"윙가르디움 레비오사~ 물체를 띄우는 마법이죠. 해리포터 마법사의 돌 시리즈에서 론이 잘하지 못하자 헤르미온느가 지적해 유명한 마법이에요."
"아바다 케다브라~ 사실 이 주문은 볼드모트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저주 마법이자 살인 마법으로 유명하죠. 그런데 이 주문이 '아브라카다브라'에서 따 온 말이라고 해요. 우리나라에선 브라운아이드걸스의 노래 제목으로도 유명한데, 과거 중세시대 때 열병을 다스리기 위한 주문으로 사용했죠."
'해리포터'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작품이다. 1997년부터 2007년까지 영국의 작가 J.K. 롤링에 의해 쓰였다. 한국어판은 1999년 출간돼 2007년까지 국내 해리포터 팬들과 만났다. 이후 해리포터 시리즈가 큰 성공을 거두자 영화로도 출시됐고, 다양한 게임으로도 나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해리포터 시리즈는 책과 영화 모두 완결되면서 모두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듯했지만, 프리퀄인 '신비한 동물사전'이 나오면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영화로도 제작된 '신비한 동물사전'은 현재 2부까지 개봉됐으며, 총 5부작으로 나올 예정이다.
◇"여행보다는 '해리포터 굿즈' 때문에 비행기를 탓죠"
국내에서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해리포터에 푹 빠져 있다는 '해리포터 덕후' 김다영(26) 씨를 만났다. 김 씨가 해리포터에 빠지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제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좋아하던 남자애가 해리포터를 좋아했어요. 그 친구랑 말 한마디라도 더 해보려고 해리포터를 읽기 시작했는데, 오히려 해리포터에 푹 빠져 그 친구와 이야기할 시간이 없었던 게 함정이었을까요?"
그가 모은 해리포터 굿즈는 수백 가지에 달한다. 해리포터 레고 시리즈부터 기숙사 로브, 헤르미온느 지팡이, 덤블도어 지팡이, 해리포터 지팡이, 그린고트 파우치에 들어있는 화폐들, 헤드위그 모자, 죽음의 성물 목걸이, 골든스니치, 기숙사별 귀걸이, 오르골, 각종 키링과 호그와트 급행열차 티켓, 슬리데린 기숙사 머플러, 머그잔 등 다양한 굿즈를 소개하는 김다영 씨의 얼굴에서 미소가 지어졌다.
"한 번은 아침 비행기로 일본 오사카에 있는 유니버설스튜디오를 갔다가 다음 날 아침 비행기로 바로 온 적도 있어요. 일본 방문 목적이 단순히 '해리포터 굿즈'를 사는 데 있었으니 오래 머무를 이유도 없었죠. 이런 식으로 일본 오사카 유니버설스튜디오만 세 차례 다녀온 것 같아요."
그렇다면 김다영 씨의 최고 애장품은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동안 모아온 '해리포터 굿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굿즈가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한참을 뜸을 들였다.
"슬리데린 기숙사 로브, 마법 지팡이, 해리포터 레고 시리즈, 골든스니치, 오르골…. 아 이거 하나만 고르긴 어렵네요. 기숙사 로브와 지팡이는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가서 구매한 거라 애착이 가요. 골든스니치는 커스텀(주문 제작)이라 전 세계 '해리포터 덕후' 중 저만 가지고 있는 제품이거든요. 또 가장 비싼 건 호그와트캐슬 레고에요. 이게 80만 원가량 했던 것 같아요."
◇"덕질은 부모님 이해가 필수"
어렸을 때부터 해리포터에 빠져 덕질을 시작한 만큼, 비용을 충당하기란 만만치 않았을 것 같았다. 그가 쓴 돈은 얼마나 될까?
"워낙 오랜 시간 차근차근 모은 것이다 보니 비용이 얼마나 들었는지 정확하게 말하긴 어려울 것 같아요. 그래도 1000만 원 정도는 쓰지 않았을까요? 어렸을 땐 용돈으로 충당했고, 커서는 제가 월급의 50%를 넘어가는 비용을 '덕질'에 투자하지 말자는 신조를 세웠어요. 다소 비싼 굿즈를 사고 싶으면 월급의 3분의 1을 저금해서 모으고, 저렴한 굿즈는 월급의 50%를 넘지 않는 선에서 구매하고 있어요. 일본 오사카 유니버설스튜디오를 가서 '해리포터 굿즈'를 사 온 것도 5개월간 월급을 모아서 다녀온 거였죠."
김다영 씨는 이처럼 덕질을 하는 데 있어서 어머니의 도움이 컸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제가 덕질하는 걸 다행히 좋아해 줬어요. '네가 술, 담배를 하는 것도 아니고 청춘의 에너지를 덕질에 쏟는다면 도와주겠다'고 하셨죠. 물론 요새는 달라지셨어요. 얼마 전에도 '이만하면 그만 (덕질)할 때도 되지 않았니?'라고 하셔서, 제가 지팡이로 주문을 외는 시늉을 했죠. 주문을 외우고 있으니 어머니도 '어휴' 한숨만 내쉬곤 그냥 가시더라고요."(웃음)
◇"'해리포터 덕후'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면?"
김다영 씨는 최근 '해리포터 덕후'들이 한자리에 모였던 이야기도 하면서 해맑게 웃었다.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한데 모여있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지난달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필름콘서트가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됐어요. 영화를 스크린에 틀어주고 OST를 오케스트라가 라이브로 연주해 주는 거였죠. 세종문화회관 객석 전체가 '해리포터 덕후'들이라 영화 속 맥고나걸 교수님이 기숙사를 안내하면서 '그리핀도르', '슬리데린', '레번클로', '후플푸르'라고 읊으니깐 기숙사별로 응원하는 덕후들이 환호하고 소리치더라고요.
이어 기숙사 배정 모자가 해리포터의 기숙사를 '그린핀도르'라고 외치니깐 사람들 모두 휘파람을 불고 '와아~'하고 소리치는데 저도 같이 소리 지르고 신났어요. 퀴디치 시합 영상이 나올 때도 관객들이 그리핀도르와 슬리데린으로 편이 나뉘어 서로의 기숙사 이름을 외치고 응원하는데 그게 무척 재밌더라고요. 자신이 좋아하는 기숙사를 자발적으로 응원하는 게 마음에 들었어요."
그렇다면 김다영 씨가 가장 좋아하는 해리포터 속 기숙사는 어디일까.
"전 슬리데린을 가장 좋아하지만, 성향상 레번클로가 잘 맞는 것 같아요. 슬리데린은 야망과 지략, 레번클로는 지성과 지식, 창조성이 대표되죠. 후플푸프는 성실함, 충성심, 공정한 태도를, 그리핀도르는 용기와 대담성, 기사도가 대표되거든요. 사실 필름콘서트에서도 다른 사람들은 해리포터나 론, 헤르미온느가 나오면 무척 소리 질렀지만, 전 말포이가 나올 때 크게 소리쳤답니다."
그는 필름콘서트 때 해리포터 굿즈로 코스프레를 하지 않고 간 것이 가장 아쉽다고도 했다.
"사실 코스프레를 하고 갈까 고민하다가 결국 안 하고 갔어요. 그런데 현장에 가보니 짝퉁 굿즈로 코스프레를 많이 했더라고요. 나는 정품 굿즈인데 당당하게 (코스프레)하고 올 걸…. 이렇게 후회했죠."
오는 11월에는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이 필름콘서트를 연다고 한다. 김 씨의 아쉬움은 넉 달 뒤 풀 수 있을까?
◇"최종 목표는 해리포터 유명 관광지를 모두 가보는 것"
김다영 씨는 '해리포터 덕후'로써의 최종 목표에 대해 "해리포터와 관련된 전 세계 유명 관광지를 모두 방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킹스크로스역 9와 ¾ 승강장이나 미국 올랜도 유니버설스튜디오, 스코틀랜드 웨스트하이랜드, 아일랜드 더블린 트리니티 컬리지 롱룸 도서관 등 해리포터 촬영지로 유명한 곳들을 방문하고 그 생생한 현장의 느낌을 받아보고 싶다는 것.
"크리스마스 때 영국 해리포터 스튜디오에서 호그와트 대연회장 만찬을 한다고 해요. 입장료가 30만 원 정도라는데 꼭 가보고 싶어요. 물론 비행기 왕복 요금까지 마련하려면 그때까지 돈은 열심히 모아야겠죠?"
그는 끝으로 해리포터 덕분에 행복했던 시간에 대한 고마운 마음도 전했다.
"유니버설스튜디오를 갔을 때나, 해리포터 재개봉 영화를 다시 볼 때 늘 생각하는 게 해리포터랑 동시대에 태어나고, 같이 성장해서 너무 다행이라는 것이에요. 내가 어렸을 때는 해리도 어렸고, 해리가 호그와트 대전투를 할 때는 저도 고등학생이었거든요. 그냥 같이 자랐다는 것 자체만으로 행복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