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삼정ㆍ미래에셋 삼일 유력…삼성전자는 한영-안진 2파전
신외부감사법 도입으로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내년부터 본격 시행되면서 대상 기업과 회계법인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국내 빅4 회계법인(삼일·삼정·안진·한영)은 저마다 이해득실 파악에 한창이다.
8일 금융감독원과 회계업계에 따르면 주기적 지정 방식은 회사의 전기말 자산(별도) 규모에 따라 5조 원 이상을 가군으로 구분한다. 감사인은 소속 공인회계사 수와 감사업무 매출액 등의 분류기준에 따라 5개 군으로 나눈다. 이때 회사가 속한 군보다 감사인의 군이 낮아지지 않도록 배정한다.
이 같은 기준상 자산 5조 원 이상의 대기업은 빅4 회계펌에서 순서대로 내려가며 감사하게 된다. 우선 회계법인별 지정점수대로 감사인 지정순서를 정한다. 이어 직전 사업연도말 자산 규모가 큰 지정대상 회사를 순차적으로 대응해 지정하는 방식이다.
스포츠 종목에서 유망 선수들을 드래프트로 지명하는 것과 흡사하다. 이에 빅4 회계펌은 내년부터 감사인이 바뀌는 자산 5조 원 이상의 대기업 리스트를 작성해 어느 곳에서 새로 맡게 될지 가늠해보고 있다.
지난해 말 자산총계 1위 기업은 262조2304억 원 규모의 삼성생명보험이다. 2위는 219조213억 원 규모의 삼성전자다. 현재 두 기업 모두 삼일회계법인에서 감사를 맡고 있다.
업계에서 삼성생명은 삼정회계법인이 가져갈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한영회계법인과 안진회계법인 둘 중 하나로, 한영이 좀 더 유력하게 보고 있다.
자산 66조6838억 원으로 3위인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삼일이 확실시 된다. 현재는 삼정에서 외부감사를 맡고 있다.
자산 60조9806억 원으로 4위에 오른 SK하이닉스는 변수가 존재한다.
삼일이 미래에셋 이후 남은 점수가, 아직까지 하나도 지정받지 못한 4위 펌의 총점보다 높다면 SK하이닉스까지 가져가게 된다. 그렇지 않다면 한영과 안진 중 삼성전자를 맡지 않은 곳에서 SK하이닉스를 따낼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삼정에서 맡고 있다.
이 같은 방식으로 빅4 회계펌은 남은 점수를 갖고 나머지 기업들을 순서대로 담당하게 된다.
5위 현대해상화재보험은 자산 43조7194억 원으로 현재 삼일에서 맡고 있다. 6위 신한금융지주회사는 자산 30조1142억 원으로 삼정이 외부감사인이다.
자산 25조6230억 원의 KB금융지주는 삼일이, 23조6862억 원의 메리츠종합금융증권은 한영이 각각 감사 중이다.
9위 삼성카드는 23조47억 원으로 삼일, 10위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은 20조4332억 원으로 한영에서 각각 맡았다.
이어 자산 5조 원 이상 기업과 현재 감사인을 순서대로 보면 △롯데케미칼(한영) △롯데손해보험(삼정) △GS건설(한영) △코리안리재보험(한영) △KCC(한영) △CJ제일제당(삼일) △교보증권(삼정) △유진투자증권(삼정) △카카오(삼일) △현대차증권(한영) △삼성전기(한영) △현대백화점(삼일) 등이 있다.
지난해 자산 5조 원 이상 기업 22곳 중 올해는 삼일 8곳, 삼정 6곳, 한영 8곳을 각각 외부감사하고 있다. 감사인 지정이 순서대로 돌아가는 만큼 안진의 재도약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빅4 회계펌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지정감사인을 기업에 10월 사전통지하고 11월 본통지할 예정”이라며 “촉박한 일정에 맞춰 담당인력 보강 등 새 지정이 예상되는 기업의 감사를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가중치와 벌점, 감사인 지정 면제와 연기 등 여러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예단하긴 어렵다”면서 “이런 변수들을 감안해 저마다 예측하는 단계”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