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업생산 증가에도 재고율 높은 수준…부진 완화로 해석 어려워"
한국개발연구원(KDI)이 4월부터 6개월 연속으로 우리 경제에 ‘부진’ 평가를 내렸다.
KDI는 이날 발간한 ‘경제동향 9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대내외 수요가 위축되며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먼저 소매판매(소비)와 설비·건설투자가 모두 감소한 가운데, 수출도 부진이 이어졌다.
7월 소매판매액은 전년 동월보다 0.3% 감소했고, 설비투자는 4.7% 줄며 전월(-9.0%)보다 감소 폭이 축소됐으나 반도체를 중심으로 부진이 이어졌다. KDI는 “반도체 제조장비 수입액(-34.9%)이 전월(-27.2%)에 비해 감소 폭이 확대돼 반도체 관련 설비투자의 부진이 지속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건설투자도 주거부문의 부진을 중심으로 감소세를 지속했다. 건설기성(시공실적, 불변)은 전년 동월보다 6.2% 줄고, 건설수주(경상)는 23.3% 급감했다.
수출도 반도체와 석유류를 중심으로 부진한 모습이다. 8월 수출액은 13.6% 줄며 전월(-11.0%)보다 감소 폭이 확대됐다. 품목별로 자동차(4.6%)는 증가했으나 반도체(-30.7%), 석유화학(-19.2%), 석유제품(-14.1%)이 큰 폭으로 줄었다. KDI는 “6월 세계 교역량이 감소세를 이어가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행지수도 하락하는 등 대외 수출여건이 악화하고 있다”고 관측했다.
그나마 7월 전산업생산이 조업일수가 하루 늘면서 전년 동월보다 0.5% 늘었으나, 경기 부진이 완화했다고 해석하긴 어렵다고 KDI는 지적했다. 재고율이 115.2%로 전월(115.6%)에 이어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고, 동행지수·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동반 하락했다는 점에서다.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0.0%로 하락한 점도 우려를 키운다. 8월 소비자물가는 공식적으론 전년 동월 대비 0.0% 증감을 기록했으나, 지수상으론 0.04% 하락했다. 물가지수가 하락한 건 통계가 집계된 이래 처음이다.
단 KDI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수요 위축에 공급 측 기저효과가 더해지며 0%까지 하락했으나, 근원물가 상승률이 0%대 후반에 형성돼 있어 일시적 요인이 소멸되는 올해 말 이후 반등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