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핑 스캔들’ 불똥 튄 듯...후임에 도나호 전 이베이 CEO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나이키는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파커 CEO의 사임을 발표했다. 후임은 현 나이키 이사회 멤버인 존 도나호 전 이베이 CEO로 내정됐다. 현재 도나호는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인 서비스나우의 CEO로 재직 중이다. 다만 파커는 사임 이후에도 회장으로서 이사회를 이끌게 되며, 창업자 필 나이트는 명예회장으로 남는다.
파커 C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도나호는 나이키에서 낯선 사람이 아니며, ‘최선의 선택’이다”라며 “아울러 그는 다음 단계로 성장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임은 몇 주 만에 일어난 일이 아니다”라며 “CEO 교체를 위해 수 개월을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WSJ는 스니커즈와 의류 사업이 한창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 CEO 교체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 최근의 ‘도핑 스캔들’과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파커 CEO는 이번 CEO 교체가 ‘도핑 스캔들’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달 나이키는 자사 소속의 알베르토 살라자르 코치가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금지 약물을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도핑 스캔들에 휘말렸다. 특히 이 과정에서 파커가 연관된 정황이 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당시 그는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나이키는 지금까지 어떠한 선수에게도 금지 약물을 조직적으로 복용하도록 하도록 하는 데 참여하지 않았다”며 “이런 생각들이 나를 매우 아프게 한다”고 해명했다. 이어 “나이키가 살라자르에 대한 혐의를 조사했지만, 위반되는 점이 없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최근의 몇몇 문제를 제외하면 파커의 임기 중은 대체로 성공적이었다. 재임 기간 매출이 두 배 이상 늘었다. 주가도 꾸준히 올라 기업가치도 약 1500억 달러(176조 원)로 뛰었다. 라이벌인 아디다스보다 두 배나 많은 수익을 올리는 등 막강한 경쟁력을 발휘했다.
파커의 후임으로 내정된 도나호는 스포츠 의류 분야보다는 기술통에 가깝다. 현재 클라우드 컴퓨터 회사인 서비스나우의 CEO이며, 전자상거래업체 이베이의 CEO도 지냈다. 나이키 CEO직이 기술 산업의 베테랑에게 넘어가는 것은 세계 최대 스포츠 의류 브랜드의 ‘전략적 전환’을 알리는 것이라고 WSJ은 분석했다.
나이트 창업자는 파커의 CEO 재임 기간의 성과와 후임인 도나호 내정자에게 찬사를 보냈다. 그는 “그들은 이미 5년 동안 이사회에서 함께 일해왔다”며 “나이키가 미래 디지털 시대를 위해 많은 도움을 받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한편 같은 날 스포츠 의류업체 ‘언더아머’의 창업자인 케빈 플랭크 CEO도 내년부터 CEO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의 취향 변화, 소매 시장의 침체에 따라 미국의 스포츠 의류 대기업들의 수장의 ‘리더 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