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무실 공유 서비스업체 위워크가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구제금융 패키지를 받고 기사회생하게 된 사건은 시장에 큰 의미를 던지고 있다.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으로서 첫 긴급 자금 수혈을 받은 가운데 유니콘 성장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23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위워크의 사례는 수익을 내기보다 투자금을 받아 사업 확대를 우선시했던 유니콘의 사업 전략을 바꿀 때가 됐다는 신호라고 보도했다.
이는 투자업계의 큰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철학 변화에서도 엿볼 수 있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손정의 회장은 지난 9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최고경영자 회의에서 10조 엔 규모의 비전펀드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흑자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당시 펀드의 투자대상은 80개 이상이었으며 세계 각지에서 인공지능(AI) 관련 기업들의 CEO들이 방문했다.
손 회장의 ‘흑자’ 강조는 그동안 그가 강조해왔던 투자 철학과 완전히 배치되는 내용이다. 그는 오랫동안 수익보다 시장점유율을 늘리기 위한 사업 확대를 우선시하는 철학을 고수해왔다.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투자 대상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평가한 후 펀드 자금을 적극적으로 투입해 사업 확대를 촉구해왔다.
이런 손 회장이 수익 창출을 우선하는 기업에 거액을 지원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이는 곧 유니콘을 둘러싼 환경 변화를 의미한다는 평가다. 유니콘의 성장 신화의 기반은 쏟아져 들어오는 자금이었다. 기존 사모펀드 시장의 투자 방식은 상장기업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이후 새로운 사업으로 확대를 꾀했다.
그러나 이런 흐름이 바뀌고 있다. 일정한 규모로 성장한 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이 대폭 늘었다. 이러한 자금 규모가 4배로 증가했다. 창업 초기 자금 투자가 2배 증가한 데 비하면 사모펀드 시장의 투자 양상이 수익 창출 기업으로 기울고 있는 것이다.
소프트뱅크의 대규모 자금 투자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는 예전에도 있었다. 미국 투자회사 오크트리캐피털매니지먼트의 하워드 막스 회장은 올 여름 투자에 매우 관대한 돈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시장은 위험을 주의하고 경계하는 장소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에서는 위워크 쇼크가 다른 유니콘에 파급된 것은 아니라며 경계하는 움직임도 있다. AI 등 기술 발전이 스타트업에 사업 기회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견해가 아직 확고하기도 하다.
그러나 의심 없이 받아들였던 유니콘의 사업 전략을 한번쯤 재고해봐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