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한국 사회를 위한 아동ㆍ가족정책' 보고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우리나라 저출산의 원인으로 전일제·정규직 위주의 경직적 고용구조와 높은 사교육비를 꼽았다.
스테파노 스카페타 OECD 고용노동사회국장은 28일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보건복지부와 저출산 고령사회위원회, OECD 공동으로 개최된 ‘국제 인구 컨퍼런스’에서 이 같은 내용의 ‘변화하는 한국 사회를 위한 아동·가족정책’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국 전일제 근로자의 주 평균(평일) 근로시간은 남성이 47.8시간, 여성은 45.2시간으로 OECD 35개국 중 세 번째로 길었다. 전체 근로자 중 주 50시간 초과 근로자 비중도 각각 35%, 21%로 OECD 평균(남성 16%, 여성 6%)을 크게 웃돌았다.
장시간 근로 관행은 시간제 일자리의 절대적인 부족으로 이어졌다. 특히 전체 여성 근로자 중 시간제 근로자 비중은 조사대상 39개국 중 28위에 머물렀다. 한국은 여성 근로자의 시간제 비중이 20%도 안 됐으나, 네덜란드는 60%에 육박했다.
이처럼 경직적인 고용구조는 시간제 수요가 높은 임신·출산 여성들을 경력단절로 내몰았다. 2018년 기준으로 OECD 가입국들의 연령대별 여성 고용률은 25~29세부터 70% 안팎에서 유지된 반면, 한국은 25~29세에 70%대로 치솟았다가 35~39세가 되면 60% 미만으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육아휴직에 부정적인 사회 분위기도 경력단절 여성 증가에 일조했다. 한국은 법으로 보장된 육아휴직 기간이 부부 합산 2년(각 1년씩)으로 OECD 평균보다 긴 편이지만, 육아휴직을 실제로 사용하는 비율은 여성이 25%, 남성이 5%에 불과했다.
아울러 보고서는 한국의 높은 사교육비를 지적했다. 방과 후 학습을 포함한 한국 학생들의 주당 평균 학습시간은 약 50시간으로 중국에 이어 OECD 가입국 중 두 번째로 높았다. 이로 인해 가계 소비지출 대비 사교육비 지출 비중은 1982년 1%에서 2010년 이후에는 7% 내외로 치솟았다.
OECD는 시간제 정규직 확대 등 다양한 유연근무제 활성화와 육아휴직제도 개선, 아동수당과 자녀장려세제 등 현금지원 확대를 권고했다. 또 장시간 근로 및 이로 인한 남성 중심적 직장문화 해소, 자녀 교육비용 절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