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호 SV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 인터뷰
“연내 2000억 원 규모의 신규 벤처펀드 결성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까지 운용자산(AUM) 규모를 1조 원대로 키워 유니콘 기업을 발굴할 계획이다.”
4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만난 홍원호 SV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는 이렇게 강조했다. 회사는 1억 달러 이상의 중국펀드 추가 조성도 계획하고 있다.
SV인베스트의 현재 AUM은 7500억 원대다. 해외 포함 벤처캐피탈(VC) 펀드 5500억 원과 사모투자(PE) 펀드 2000억 원으로 구성됐다.
홍 대표는 “지금까지 4개 VC 펀드의 청산을 완료했는데 780억 원 납입, 2013억 원 배분으로 멀티플 2.58배의 양호한 수익률을 보였다”며 “현재 운용 중인 10개 펀드 중 올해 만기가 도래한 펀드의 수익률은 기존보다 높아 연 25~30% 수준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IFC 고층에 위치한 사무실로 들어섰을 땐 외관 벽을 채운 유리창으로 한강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미세먼지 수준이 좋았던 맑은 가을 날씨 덕분인지 한강 너머로는 남산타워와 롯데월드몰, 63빌딩 등의 전경이 선명히 보였다.
지난달 여의도에서 열린 한화불꽃축제 날에는 임직원 가족들을 회사로 초대해 음식을 나누며 사장실에서 불꽃을 감상했다고 한다. 최근 SV인베스트에 합류한 홍 대표는 이 같은 사내 분위기에서 나오는 팀웍을 회사의 강점으로 들었다.
그는 “2006년 SV인베스트를 창업한 박성호 대표가 도전적이고 모험적인 자세로 방향을 잡아 앞서 나가고, 각 펀드는 본부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며 “VC를 총괄하는 김영환 부사장(CIO)과 그로스펀드를 전담하는 유지화 전무, 바이오 전문 정영고 상무가 있고, ICT와 콘텐츠는 김중동 상무가 담당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4명의 본부장급 임원들이 대표펀드매니저를 하면서 각 분야 전문가들로 팀을 셋업했다”며 “중국은 김현철 상무가 맡고 있는데 텐센트코리아와 현지 증권사 출신이 팀원”이라고 부연했다.
업계에서 홍 대표는 해외투자 전문가로, 특히 중국통으로 꼽힌다. 2000년부터 최근까지 KTB네트워크에 몸담았는데, 이 중 올해 7월까지 13년간을 중국 상해에서 근무했다. 박 대표와는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인연으로 SV인베스트에 합류하게 됐다.
홍 대표는 “박 대표와 중국에서 만나 많은 얘기를 나눴는데, 국내에서 성공하려면 해외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를 해야 된다는 생각이 강했다”며 “서로의 국내와 해외 투자 경험을 살려서 시너지를 낼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고, 지금은 레벨업하는 일들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V인베스트는 중국 창업투자회사인 심천창신과 1억 달러 규모의 벤처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실질적인 투자를 완료하고 내년 심천창신과 1억 달러 이상의 펀드를 추가 결성할 계획이다.
미국 사모투자회사 켄싱턴캐피탈과는 보스톤에서 1억 달러를 목표로 펀드레이징 중이다. 지금까지 약 75%의 자금이 모집됐다.
홍 대표는 “심청창신은 중국에서 제일 크고 오래된 창투사로 AUM 55조 원 규모”라며 “규모나 실적 면에서 리딩포지션에 있는 글로벌 탑티어 VC들과 펀드를 운영하며,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SV인베스트의 성과 중에서는 단연 방탄소년단(BTS)을 키워낸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꼽힌다.
2011년 당시 박 대표와 콘텐츠 담당인 김중동 상무는 빅히트의 방시혁 대표를 만나 그의 글로벌 진출 비전을 보고 시리즈A에 단독으로 30억 원을 투자했다. 이듬해 빅히트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10억 원을 추가로 투입했다.
홍 대표는 “구주 일부를 매각하며 중국계 투자자 유치에 기여해 BTS의 중국 진출을 지원하기도 했다”며 “지난해 펀드 만기 이슈로 8000억 원 밸류에이션에서 매각해 최종적으로 27배의 수익률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빅히트 외 SV인베스트가 높은 멀티플을 기록한 포트폴리오로는 펩트론(9.41배)과 테라세미콘(9.37배), 에스티(9.21배), 엠플러스(7.13배), 에스디생명공학(3.5배) 등이 있다.
117억 원을 투자해 지분 17%를 보유한 올리패스와, 40억 원을 투자해 지분 7%를 보유한 브릿지바이오는 향후 엑시트를 기대하는 종목이다.
홍 대표는 “연말이나 늦어도 내년 초까지 2000억 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추가할 계획”이라며 “현재 1500억 원이 조성돼 내년 상반기엔 1조 원대 AUM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빅히트의 경우처럼 탑다운 접근 방식으로 글로벌 진출이 가능한 중소형 기업을 각 분야에서 발굴해 2대주주 전략으로 투자할 것”이라며 “해외연계 역량을 바탕으로 사업 초기단계부터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는 전 과정을 밀착 지원하는 VC가 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