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일몰제 앞두고 잠실 장미아파트 재건축 동의율 '쑥'
일몰제란 일정 기간 안에 사업 진척이 안되면 정비구역에서 해제하는 제도로, 정비사업이 지연될 경우 주민 간 갈등이 심해지고 매몰비용 부담이 커지는 문제를 막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일몰제 적용 시 오히려 주택 수급 불균형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일 도시정비 업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 장미아파트 1·2·3차(총 3522가구)가 최근 재건축 조합 설립 요건을 마련하고 준비 단계에 들어갔다. 지난 4일 기준 장미아파트의 재건축 동의율은 아파트 80.81%, 상가 50.91%로 전체 주민 75.2%를 기록했다. 조합설립인가 신청 기준인 아파트·상가동 소유주 동의율 각각 50%, 전체 주민 동의율 75% 이상의 조건을 채운 것이다.
이로써 그간 상가 소유주들의 반발로 지지부진했던 잠실 장미아파트 조합 설립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이 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도 일정을 서둘러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늦어도 1월 중 조합설립 작업을 완료하고 2월 인가를 받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잠실주공5단지와 도로 하나를 놓고 마주 보고 있는 잠실 장미아파트는 잠실 한강변을 대표하는 재건축 추진 단지다. 인근 M공인 관계자는 “장미아파트는 정비구역 일몰제 적용 대상으로 내년 3월까지 추진위가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하지 않으면 정비구역에서 자동 해제돼 재건축 추진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여 있었다”고 말했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4차와 서초동 진흥아파트도 재건축 조합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 단지의 경우 아파트 소유주의 동의율은 90%를 넘었으나 상가 소유주들의 설득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재건축 추진위는 아파트와 상가 간 합의를 빠른 시간내 도출하고 재건축 추진을 위한 조합 설립을 서두른다는 방침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강남구 압구정특별계획구역, 여의도 목화아파트와 광장아파트 등 서울 지역에서만 약 40여곳이 일몰제 적용 대상이다. 대부분 일몰제 적용을 피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나 사실 잠실 장미아파트와 신반포 4차, 진흥아파트 등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상당수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경우 일몰제 기한 연장 요청(토지 등 소유주 동의률 30%)에 나서도 된다. 그러나 일몰제 기한 연장 요청은 불확실성이 크다. 시장의 재량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현 정부 들어 도시정비사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신규 인·허가 역시 까다로워져 서울시 역시 일몰제 기한 연장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 은평구 수색 ·증산뉴타운 증산4재정비촉진구역은 일몰제 연장 신청에 나섰으나, 해제를 통보받아 ‘1호‘ 일몰제 적용 사업장이 됐다.
일단 각 지자체는 일몰제 기한 연장 요청과 관련해 대상 지역들로 신청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직 취합이 완료 된 것이 아니어서 현재 구체적인 신청 현황을 알기는 어렵다”면서 “다만 각 지역에서 향후 사업의 원할한 진행을 위해 당초 기준보다 높은 동의율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어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 번 정비구역에서 해제되면 다시 사업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아 일몰제 해제 대상 단지들은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하게 됐다. 문제는 다수 단지에 일몰제가 적용될 경우 주택 수급 불균형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신규 분양 역시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 아파트 공급 부족은 더욱 심화할 수 있다.
이는 서울 집값 상승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 당장 조합 설립 임박 소식이 전해진 잠실 장미아파트의 경우 최근 한 달 새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가 2억 원 이상 올랐다. 인근 J공인 대표는 “올해 여름까지만 해도 15억~16억 원 수준에서 거래되던 전용면적 82㎡짜리 아파트가 지금은 최고 18억원을 호가하고 있다”며 “그나마 재건축 조합 설립 소식에 매물이 자취를 감춘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