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루·위워크·베리숍 등 스타트업 설립자·CEO 배출…일하는 방식 혁신·도전 장려 등 아마존 문화 환영 받아
과거 수십 년간 제너럴일렉트릭(GE)은 ‘미국 기업 최고경영자(CEO) 사관학교’로 명성을 떨쳤다. GE의 엄격한 경영 프로그램을 통과한 임원들은 홈디포와 3M 같은 대기업 CEO로 영전했다.
그러나 빅테크 시대로 접어들면서 이런 관행이 깨지고 있다. 온라인 공룡 아마존이 GE를 제치고 CEO와 스타트업 설립자들을 위한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있다고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소개했다.
WSJ에 따르면 설립된 지 3년 된 주택관리서비스 스타트업 랫첼(Latchel)의 경우, 시애틀의 거대한 이웃 아마존닷컴의 ‘14가지 리더십’ 원칙을 공유하고 있다. 이는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랫첼의 윌 고든 공동 창립자는 회사를 차리기 전 거의 3년간 아마존에서 근무하면서 ‘철저한 고객 중시(Customer Obsession)’, 신속한 실행을 중시하는 ‘행동 우선(Bias For Action)’ 등 아마존의 유명한 경영 스타일을 흡수,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설립자 겸 CEO의 비즈니스 복음을 기업 세계에 퍼뜨리는 아마존 동문회의 일원이 됐다.
고든처럼 자신의 스타트업을 차리거나 다른 기업의 CEO로 자리를 옮기는 아마존 출신 인재는 무수히 많다. 베이조스가 25년 전 자신의 차고에서 아마존을 세운 전례를 본받아 스타트업 창립자들이 잇따라 배출되고 있다. 랫첼 외에 넷플릭스 경쟁사인 훌루, 이커머스 플랫폼 베리숍과 마리화나 허브 리플라이홀딩스, 트럭 전문 소프트웨어 업체 컨보이가 대표적인 사례다.
아울러 태블로소프트웨어와 미국 유아용품 전문 전자상거래업체 줄릴리(Zulily), 그루폰, 스페인 대형은행 BBVA의 온라인 뱅킹 자회사인 심플은 아마존 출신 인재를 수장으로 영입했다. 최근 경영난에 빠진 세계 최대 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도 아마존 선임 부사장을 역임한 서배스천 거닝햄이 공동 CEO로 경영 회복에 나서고 있다.
비즈니스 리더들은 종종 이전 회사의 과거 직책에서 배운 교훈을 잘 활용한다. 특히 아마존의 경영 문화는 잘 정의돼 있어 졸업생들에게 끊임없이 영향을 미친다.
아마존 정신의 핵심은 직원들이 일하는 방식을 지속적으로 혁신하고 도전하도록 장려하는 스타트업 정신이다. 다만 일부 아마존 출신 인재들은 협업보다는 능력을 선호하는 가혹한 고용 관행은 채택하지 않으려 한다.
이런 단점에도 아마존은 팀을 민첩하게 유지하고 데이터를 통해 사업적 결정을 객관적으로 하려는 좋은 문화가 있다. 다른 기업들도 아마존의 효율적인 조직 구조와 회의 운영방식을 본받으려 한다. 예를 들어 아마존은 14가지 리더십 원칙 이외에도 톡톡 튀는 경영 원칙이 있다. 예를 들어 ‘피자 두 판’ 규칙은 사내 팀을 구성할 때 피자 두 판으로 식사를 해결할 수 있을 만큼의 적은 인원으로 꾸리라는 것이다. 이는 방만한 조직 운영을 예방하는 방법이다. 회의 시간에는 ‘침묵의 30분’ 동안 모든 참가자가 6페이지로 정리된 자료를 꼼꼼하게 읽어보고 나서 회의를 시작한다.
아마존이 세계 최대 기업 중 하나로 성장하면서 베이조스도 ‘경영의 대가’로 거듭나고 있다. 그의 연례 주주총회 서한은 경영자들이 가장 탐독하는 자료 중 하나가 됐다. 베이조스는 직원들에게 “혁신을 멈추거나 자기만족에 빠져서는 안 된다”며 “항상 입사 첫날처럼 행동해야 한다”는 철학을 전파하고 있다. 이는 시가총액 기준 미국 2위 기업인 아마존이 스타트업처럼 움직일 수 있는 이유라고 WSJ는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