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제약·소비 등에서 성장 돋보여…중국이 225개로 1위·일본이 126개로 2위
아시아 기업들이 세계 경제를 견인하는 성장엔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부터 올해까지 순이익이 10배 이상 늘어난 글로벌 상장사 560개 가운데 아시아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달했다. 세계 경제 성장엔진으로서 아시아 기업들의 존재감이 증명된 셈이다.
닛케이는 세계 상장사(금융 제외) 가운데 2008년 4~9월 최종 손익이 흑자였던 8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4~9월 결산 자료와 실적을 비교·분석했다.
아시아 각국에서 산업 구조 변화나 소득 향상을 잘 반영하며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를 다루는 IT 업계와 왕성한 내수에서 힘을 얻고 있는 소비재, 고령화 트렌드에 바탕을 둔 제약업 등에서 기업의 성장이 특히 눈에 띄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국가별로는 텐센트 등이 속한 중국이 225개로 1위를 차지했다. 일본이 126개로 그 뒤를 이었고 중국과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도 91개사로 3위에 올랐다.
중국은 경제의 급속한 성장이 기업의 높은 성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17년 세계 명목 국내총생산(GDP)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5%로, 2000년의 4%에서 급등했다.
이런 성장의 수혜를 본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텐센트다. 중국인의 생활 수준 향상으로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텐센트가 운영하는 중국의 대표 메신저 앱인 위챗의 월간 이용자 수는 11억 명을 넘어섰다. 텐센트는 결제 서비스 시장 진출 등 사업 다각화에 나서면서 올해 4~9월 순이익이 11년 전보다 32배 급증한 445억 위안(약 7조4000억 원)을 기록했다. 시가총액은 약 3조2000억 홍콩달러로, 일본 도요타자동차를 크게 앞섰다.
고령화 시대에 진입하면서 제약회사들의 실적이 호조를 보인 점도 특징이다. 항암제 분야에서 항체를 활용한 바이오 의약품을 둘러싼 기술혁신이 진행 중이다. 항암제와 마취약에 강한 중국의 장쑤헝루이의약은 순이익이 13배 급증했다. 혈액암 치료제를 생산하는 미국 세엘진도 11년간 순익 증가폭이 13배에 달했다.
소비재 관련 분야도 아시아 기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일본에서는 할인판매업체 ‘돈키호테’를 운영하는 팬퍼시픽인터내셔널홀딩스의 순익이 12배 증가했다. 중국 에어컨 대기업 주하이거리가전과 백색가전, 산업용 로봇 분야를 선도하는 메이디그룹이 성장을 거듭했다. 식품 사업 등을 하는 필리핀의 JG서밋홀딩스와 인도 오토바이 제조업체 아이샤모터스 등 중국 이외 아시아 소비 관련 기업들도 실적이 눈에 띄었다. 이는 아시아 각국이 단순히 생산기지만이 아니라 소비국으로서의 면모도 다지고 있다는 증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아시아 기업들은 고성장 속에 혜택을 누려 왔지만, 위험 요인도 있다. 중국에서는 기업 부채가 늘어나는 가운데 부동산 거품 우려도 여전하다. 무라이 도시유키 미쓰미스미토모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중국은 민영기업 중에서도 정부와 관련된 기업이 많다”면서 “정부 정책에 의존해 성장하는 기업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