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커진 패스트트랙 강경론…여야 협상 갈수록 꼬여갈 듯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철회를 요구하며 단식 농성을 벌이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의식을 잃고 병원에 이송되면서 한국당의 투쟁 기류가 더욱 강경해지고 있다. 패스트트랙 법안이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둔 가운데 이를 통과시키려는 여권과 법안을 저지하려는 야당의 대치 국면도 한층 더 격화하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당은 황 대표가 목숨을 거는 결기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큰 자극을 받은 모습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28일 국회에서 당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황 대표의 단식은 끝나지 않았다”며 “우리 모두가 황 대표다. 한국당에서 단식을 이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국당은 이날부터 황 대표에 이어 정미경·신보라 최고위원이 무기한 단식에 나선다고 밝혔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선거제 등 패스트트랙 법안과 관련한 당내 기류도 강경론 쪽으로 힘이 실리고 있다. 최근 당내 일각에서는 ‘줄 것(공수처)은 주고 받을 것(선거제)은 받자’는 협상론이 고개를 들던 중이었다. 하지만 황 대표가 병원에 실려 간 상황에서 더 이상 협상론을 공공연하게 꺼내기가 어려워진 상황이라는 게 한국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나 원내대표는 “황 대표 단식을 잇는 강력한 정치투쟁과 함께 우리가 꼭 이뤄야 할 연동형 비례대표제도와 공수처를 저지하는 실질적인 투쟁을 함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황 대표의 단식을 두고 여권에서 ‘황제단식’ 등의 언급이 나온 것도 감정선을 자극했다는 평가다. 몇몇 의원은 “제1야당 대표의 죽음을 각오한 단식을 이렇게 조롱하고 폄훼할 수 있느냐”며 여권을 향한 강한 적개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한국당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의혹,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우리들병원 특혜대출 의혹을 ‘3대 친문 농단 게이트’로 규정하고 여권을 향한 강공에 들어갔다.
이 같은 분위기 변화는 여야의 패스트트랙 법안 협상에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국당의 기류가 강경해질수록 여야 협상에서 유연성을 발휘할 여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한국당과의 합의를 이뤄내는 데 막판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4+1(민주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공조 체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한국당과의 합의가 끝내 이뤄지지 않는 경우 국회법에 따른 일방 처리도 불사하겠다는 것으로, 현실화할 경우 여야 일대 충돌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