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경계 허물고 모빌리티 앞세워 경쟁 …엔터테인먼트와 자동차의 조화도 눈길
세계 최대 정보기술(IT)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20’ 개막과 동시에 현지 언론에서는 CES의 ‘C’를 두고서 “이제 자동차(Car)를 의미할 수 있다”는 반응까지 내놨다.
그만큼 전자업계가 기득권을 쥔 행사에서 자동차 기업의 대대적인 약진이 두드러졌다.
이들 대부분은 공통으로 혁신을 강조했다. 나아가 “누가 얼마만큼 앞서 나가느냐”가 경쟁의 결과를 판가름하는 기준이 되기도 했다.
이들은 전자와 IT, 항공, 문화 산업과 융합을 주도해 눈길을 끌었다.
◇산업 장르 파괴…그 중심에 자동차가 있다=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CES 2020의 최대 화두는 산업 영역의 파괴다.
전자기업이 디스플레이 다양성을 앞세워 치열한 경쟁에 나선 가운데,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은 산업영역을 파괴하면서 다양한 이동성을 제시했다.
‘전기차’라는 공통분모 위에 자율주행, 첨단 IT 기술, 항공 산업, 문화까지 아우르며 ‘미래 도시’의 모습을 그렸다.
일본 토요타는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을 실제로 검증할 인공도시 구축을 공언했다.
자동차 회사가 인공지능 개발에 주력하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이미 토요타는 ‘무명베’를 짜는 자동직기를 만들던 회사에서 자동차로 전환한 사례다.
이들이 영역을 파괴하면서 전략도 구체화했다. 청사진만 제시했던 이전과 달리 구체적으로 최종 목표까지 도달하기 위한 방법론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예컨대 미국 포드가 공개한 2족 보행 로봇이 대표적이다. 포드의 자율주행 택배차가 목적지 앞에 도착하면 여기서부터 2족 보행 로봇이 택배 상자를 들고 집 앞까지 배달하는 형태다.
◇디스플레이 경쟁의 궁극점 역시 자동차=둘째 자동차 디스플레이의 다양성을 점칠 수 있는 다양한 전시물도 공개됐다.
8K QLED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두께를 줄이기 위한 처연한 경쟁이 본격화됐다. 화면의 테두리가 없는, 이른바 ‘베젤 리스’ 기술도 속속 등장했고, TV 화면의 두께도 15㎜ 수준으로 얇아졌다.
슬림화 및 소형화 추세는 고스란히 가전 분야를 뛰어넘어 자동차 산업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공간이 제한적인 자동차 실내에 다양한 크기의 디스플레이가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 이어진다.
셋째 새로운 모빌리티 접근법도 나왔다.
현대차가 없는 현대차 부스에는 개막 첫날 4만5000여 명이 다녀가면서 미래 모빌리티에 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도심 항공 모빌리티를 통해 교통 정체구간을 피해 날아가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지상 운송 수단을 이용해 최종 목적지에 다다른다는 전략이다. 자동차 회사의 영역을 벗어나 항공 업계로 영토를 확장하면서 큰 관심을 모았다.
헬리콥터 제조사 ‘벨(Bell)’은 항공 모빌리티용 수직이착륙기 ‘넥서스 4E’를 전시했다. 미래 도심 교통체증을 피해 날아갈 수 있는 비행체다.
작년에도 비슷한 콘셉트가 등장했는데 프로펠러 구성이 좀 더 단순해졌다. 시험운행은 우버가 에어택시를 선보일 것으로 알려진 2023년으로 못 박았다.
항공업계가 IT 기업과 손잡고 모빌리티로 영역을 넓힌 경우다.
◇엔터테인먼트와 자동차의 조화 눈길=이번 CES 2020에 등장한 유럽 자동차 회사들은 엔터테인먼트와 기술의 결합을 강조했다.
앞서 독일 아우디는 레벨5 수준의 자율주행차 시대를 대비해 영화사를 인수한 바 있다.
레벨5는 운전대 없이 이동할 수 있는 자율주행차다. 이동할 때 자동차 안에 앉아 있으면 앞 유리는 커다란 스크린으로 활용할 수 있다. 아우디는 차 안에서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행사에서 아우디는 자율주행차 ‘AI:ME’를 내세웠다. 교감하는 모빌리티 파트너를 지향하는 것. 집도 직장도 아닌 ‘제3의 생활 공간’으로 실내를 꾸렸다.
탑승자는 시선 추적 기능을 통해 차량과 직관적으로 소통하고 VR(가상현실) 고글을 쓰면 가상 비행을 즐길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이번 행사를 통해 엔터테인먼트와 기술의 조화를 추구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할리우드 영화 ‘아바타’에서 영감을 얻은 자율주행차 콘셉트 ‘비전 AVTR’를 내놨다.
쭉 뻗은 ‘활’ 같은 모습에 실내가 훤히 보이게 투명한 외관, 뒷면에 파충류 비늘을 연상시키는 33개의 표면 요소 등이 아바타에서 다양한 생물체가 하나로 어우러진 모습을 떠올리게끔 한다.
아바타만큼 운전자의 의도를 읽어내며 주행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
혼다는 운전의 재미도 즐길 수 있도록 여러 단계 자율주행이 가능한 증강 운전 콘셉트카를 전시했다.
센서를 통해 차량이 운전자의 의향을 파악하고 자율주행 단계를 조절한다. 운전대를 두드리면 출발하고 당기거나 밀면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이제 자율주행 시대를 맞아 이동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보낼 수 있도록, 다양한 문화 콘텐츠가 자동차에 속속 접목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