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현대차 이어 르노삼성도 내주 휴업, 기아차ㆍ한국지엠도 부품 소진 임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사태로 인한 중국산 ‘와이어링 하니스’(이하 하니스) 수급 차질로 현대차를 포함한 국내 완성차 3사가 휴업을 확정하면서 매일 5100여 대의 생산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따른 손실(매출기준)만 하루 1000억 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에 이어 5일 르노삼성자동차도 중국산 하니스 재고가 소진되는 11일부터 약 3일 동안 공장가동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중국산에 의존 중인 하니스는 자동차 바닥과 필러(기둥) 안쪽에 설치하는 배선 뭉치다.
휴업에 따른 생산 손실은 적지 않다. 르노삼성차 기준으로 3일 동안 생산을 중단하면 생산 차질은 약 2100대에 달한다. 손실액도 400억 원에 육박한다. 하루 기준으로 환산하면 690~710대 생산 차질이 발생한다. 회사 측이 밝힌 휴업에 따른 손실액은 매일 130억 원 수준이다.
앞서 현대차 역시 울산과 아산, 전주공장이 순차적으로 휴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7일부터는 국내 전 사업장이 휴업한다. 본격적인 생산 재개는 12일로 계획 중이다. 그나마 중국 부품공장이 내주 월요일 조업을 재개해야 이마저도 가능해진다.
지난해 기준 국내에서 178만 대를 생산한 현대차는 7일이면 약 2만6600대를 생산할 수 있다. 하루 평균 국내 사업장에서 3800여 대를 생산하는 셈이다. 이를 포기하면 매일 약 750억 원의 휴업 손실이 발생한다.
앞서 가장 먼저 휴업을 결정한 쌍용차는 전날(4일) 휴업에 돌입, 12일까지 7일 동안 가동을 멈춘다.
매일 약 490대 규모의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휴업에 따른 구체적인 손실을 밝히지 않았으나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2018년 매출 기준으로 하루 평균 약 9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휴업을 확정한 완성차 3사의 하루 생산 손실만 약 5100대, 이에 따른 휴업 손실만 하루에 1000억 원이 넘는 셈이다.
이 밖에 휴업에 따른 생산설비의 고정비 지출, 근로자의 휴업손실 보전금액(통상임금의 70%) 등이 더해지면 손실로 인한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그나마 가동 재개 여부도 중국 현지 사정에 달려있다. 중앙정부가 1주일 연장한 춘제 연휴가 끝난 뒤, 현지 공장이 100% 가동돼야 국내 완성차가 조업을 재개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재고에 여유가 있는 기아차와 한국지엠(GM)이 중국 현지 상황을 주시 중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재고 여유분을 쥐고 있는 기아차는 만일의 휴업 사태를 막기 위해 감산에 돌입했고, 설 연휴 이후 이틀을 더 쉬었던 한국지엠은 아직 휴업 계획이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타격이 부품사까지 이어졌다. 발주처인 완성차가 생산 중단에 나서면서 이들 협력사도 생산 과잉을 막기 위해 가동 중단 등 수급 조절에 나섰다.
금호타이어는 광주와 곡성, 평택사업장의 이번 주말(8~9일) 특근을 철회했다. 회사 측은 “현대차와 기아차 OEM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만큼, 재고를 조절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나마 한국타이어는 정상 조업을 이어간다. 상대적으로 전체 매출에서 현대ㆍ기아차 비중이 5% 수준에 불과한 만큼, 별다른 휴업 없이 국내공장 가동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다만 문제가 된 일부 하니스 공급업체는 국내 사업장을 다시 돌리고, 부품 수급처를 찾기 위해 밤잠을 줄이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이번 사태 수습을 위해 연휴를 연장하거나 일련의 제한 조처를 내릴 가능성이 존재하는 만큼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라며 “춘제 이후 지방을 다녀온 직원을 격리한다면 생산이 100% 정상화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상하이시와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 산시(陝西)성 시안(西安), 랴오닝(遼寧)성의 선양(瀋陽)과 다롄(大連) 등 중국 여러 지방정부가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다른 지역에서 춘제를 보내고 복귀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2주간의 자가격리 조치를 도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