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 효과에 힘입어 올해 K푸드의 해외 진출 드라이브에 급가속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성장이 정체된 내수 시장에서 더이상 생존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분위기 속에서 해외 진출로 눈을 돌리던 국내 식품업계는 ‘기생충 효과’라는 천군만마를 얻어 대규모 투자, 공격적인 마케팅, 현지화 전략 등에 한층 더 힘을 싣고 있다.
실제로 최근 3년간 한국의 식품 수출액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19일 KATI(농식품수출정보)에 따르면 국내 농림수산식품(신선식품ㆍ가공식품ㆍ수산식품) 수출액은 2017년 91억5000만 달러(약 10조9000억 원), 2018년 93억 달러(약 11조1000억 원), 2019년 95억4000만 달러(약 11조4000억 원)를 기록했다.
식품 수출이 증가세를 보이는 가운데 전 세계를 강타한 영화 ‘기생충’ 열풍이 더해지면서 식품업계는 기생충을 통한 ‘K’ 브랜드 위상 제고가 제품 판매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발 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의 등장으로 아카데미 최대 수혜기업으로 떠오른 농심은 지난해 LA 인근 부지에 2억 달러(약 2431억 원)를 투자해 제2공장을 설립한다는 계획을 빠르게 구체화하고 있다. 짜파구리는 최근 미국 뉴욕의 미쉐린(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 ‘꽃(COTE)’에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을 기념한 특별 메뉴로 등장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농심은 기생충 열풍에 발맞춰 짜파구리 조리법을 11개국 언어로 제작해 유튜브에 업로드했으며 미국에서 ‘짜파구리’를 단일 품목으로 출시하기로 하고 작업을 진행 중이다.
2021년 가동 예정인 제2공장이 완성되면 농심은 미국에서 기존 유탕면뿐 아니라 건면, 생면 등으로 라면 생산능력을 강화하게 된다. 농심은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8억1000만 달러(약 9645억 원)였던 해외 매출을 9억5000만 달러(약 1조1312억 원) 규모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만두 세계화’를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CJ제일제당도 기생충 열풍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만두’는 지난해 국내외 시장에서 8680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 가운데 글로벌 매출은 5520억 원으로 전년 매출(3690억 원) 대비 약 50% 증가한 수치다. 특히 글로벌 시장 중에서도 미국에서의 약진이 글로벌 매출 증대의 원동력이 됐다. 지난해 미국에서 ‘비비고 만두’는 전년 대비 50% 가까이 성장한 363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수년간 100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미국 내 ‘비비고 만두’ R&D에 투자한 CJ제일제당의 노력이 결실을 봤다는 평가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만두뿐 아니라 ‘K푸드’ 관련 마케팅을 수년 전부터 꾸준히 진행해 왔고, 최근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미국을 비롯한 세계 시장에서 K-팝에 이어 K-무비까지 한류 열풍이 확산되면서 K-푸드 소비 확대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는 17~21일 뉴욕, 보스턴 등 미국 대도시에서 기업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이번 설명회를 통해 해외 시장에서의 인지도 확대와 기업가치 제고, 해외 투자자들의 이해 증진을 통해 투자 활동을 촉진한다는 방침이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사장은 현지 설명회에 직접 등장해 2019년 경영실적과 지난해 출시한 ‘테라’, ‘진로’,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는 발포주 ‘필라이트’ 등 국내 시장 현황과 해외 시장 성장 추세 등을 설명한다. 회사 관계자는 “NDR(Non-Deal Roadshow) 형식으로 이뤄지는 설명회로 대표이사가 참가할 의무가 없지만, 해외사업 확대 차원에서 직접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삼양식품은 ‘Fire Noodle Challenge' 열풍이 불기 시작한 2016년부터 미국 내 아시아계를 중심으로 ‘불닭’ 브랜드 수출을 확대했다. 2016년 80억 원, 2017년 155억 원, 2018년 185억 원의 수출을 달성했고, 지난해에는 250억 원가량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미국 시장의 경우 매운맛에 익숙지 않은 아시아계 인구를 중심으로 불닭 브랜드의 인기가 형성돼 있다”며 “최근 한류와 K-푸드 인기가 급부상함에 따라 미국에서 월마트, 크루거 등 주류 마켓에 입점을 확대하고 현지인 대상의 다양한 마케팅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리온 초코파이’로 K푸드 선두주자가 된 오리온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수출액이 국내 매출을 넘어서고 있다. 최근에는 미래 성장동력인 ‘제주용암수’의 국내 갈등을 마무리하고 사실상 ‘해외사업 올인’을 결정했다. 오리온은 제주용암수의 국내 판매 물량을 1일 300톤으로 제한하기로 제주도와 합의하면서 국내 시장 판매를 최소화하는 대신 성장성이 큰 해외 시장에 주력하는 차선책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정부도 적극적인 K-푸드 수출 지원에 팔을 걷어붙였다. 농식품부는 22일부터 미국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을 시작으로 베트남ㆍ인도네시아ㆍ태국 등지에서 한국 식품 온라인 판촉전을 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