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ㆍ부천 등 서해안권 집값 상승폭 커져…높은 전세가율에 '갭투자자' 발길
‘수용성’(경기 수원ㆍ용인ㆍ성남시) 등 수도권 남부에서 누른 부동산 ‘풍선’이 이번엔 서쪽에서 부풀어 오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주 인천지역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4% 올랐다. 인천과 가까운 시흥시(0.54%)와 안산시(0.43%), 부천시(0.23%)에서도 아파트값이 일제히 올랐다. 부천을 빼면 수도권 평균 상승률(0.29%)을 웃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부진했던 인천 등 서해안 도시의 부동산시장은 하반기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올해 1월 말부터는 주마다 상승폭이 커지고 있다. 수용성 집값 과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정부 규제가 공론화하기 시작하던 시점이다.
반면 수용성 등 경기 남부지역에선 가격 조정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2월 둘째 주 2.04%까지 올랐던 수원지역 아파트값 주간 상승률은 지난주 1.56%로 떨어졌다. 용인 아파트값 상승률도 0.73%에서 0.57%로 떨어졌다. 부동산시장에선 2ㆍ20 부동산 대책의 ‘풍선효과’(부동산 규제로 비규제 지역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현상)로 부동산 투자 수요가 수용성에서 서해안권으로 발길을 돌렸다고 본다.
서해안권의 부상(浮上)은 아파트 실거래에서도 나타난다. 인천 남동구 논현동 ‘에코메트로 5단지’ 전용면적 84㎡형의 호가는 이달 들어 5억3000만 원까지 올랐다. 3억7000만 원에 거래됐던 연초와 비교하면 두 달 만에 몸값이 1억6000만 원 뛰었다.
논현동 T공인 관계자는 “수용성 규제가 발표된 후엔 집주인들이 전보다 조금씩 가격을 높게 부르고 있다”며 “그나마 상승세를 지켜보겠다며 매물을 거둬들이는 집주인이 많아 매물이 귀하다”고 전했다.
시흥시 정왕동 ‘호반 베르디움 더 프라임’ 상황도 비슷하다. 올 초만 해도 3억5000만~3억6000만 원이면 이 아파트의 전용 64㎡형을 구할 수 있었다. 지난달 들어 매매가가 수천만 원씩 오르더니 최근엔 호가가 5억5000만 원까지 치솟았다.
정왕동 C공인 관계자는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에 다들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며 “집을 구하려는 사람은 많은데 매물이 부족하니 물건이 귀해지고 가격이 더욱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에선 여러 개발 호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집값 상승은 당연하다는 생각이다. 올해만 하더라도 도시철도 7호선이 인천 서구까지 연장되고, 인천과 안산, 수원을 잇는 수인선이 완공된다. 신안산선(안산~여의도),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B노선(인천 송도~남양주 마석) 등 대형 개발 호재도 대기하고 있다. 정부가 수도권 서부에 GTX D노선 신설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하면서 인천과 부천 등에선 추가 호재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인천 논현동 S공인 관계자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교통이 불편해 서울 통근자는 이 동네까지 살려고 하지 않았다. 몇 년 새 교통편이 개발되면서 수요가 늘고 가격도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서해안 도시들이 부동산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점도 이들 지역 집값을 띄우고 있다. 서해안 도시 가운데선 조정대상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 등 부동산 규제 지역으로 묶인 곳이 없다. 규제 지역보다 주택 마련에 따른 금융 부담이 적고 청약 규제도 느슨하다.
게다가 이들 지역은 전세가율(매매가격과 전셋값의 비율)도 낮다. 대출을 끼고 집을 사 차익을 노리는 ‘갭투자’에 유리하다는 뜻이다. 인천의 아파트 전세가율은 74.7로 6대 광역시 중 가장 높다. 집값의 4분의 1만 있으면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안산(73.2)과 시흥(72.8), 부천(71.2)의 아파트 전세가율도 수도권 평균(66.4)를 웃돈다.
여경희 부동산 114 수석연구원은 “금리 인하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부동산시장으로 자금 유입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보유세 강화 등으로 고가 아파트 구입은 부담스런 상황”이라며 “당분간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비규제지역인 수도권 서부로 풍선효과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