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로봇사업 비중 20%로 확대…삼성·LG, 돌봄·리테일 시장 주목
국내 기업들은 단순한 자동 공정화를 넘어 근로자를 대체하는 수준으로까지 로봇 적용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또 생산공정뿐만 아니라 로봇을 새사업 기회로 삼고 적극적인 연구·개발(R&D)에도 나서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생산 공정 곳곳에 로봇을 투입 중이다. 조립 공장에서 혼자 움직이는 ‘로봇 트레이’는 운전자 없이 부품을 싣고 이동한다. 목적지를 입력하면 해당 부품이 필요한 공정 앞까지 스스로 간다. 이동 중에 뜻하지 않은 장애물이 나타나면 일시 정지 후 다시 출발한다. 일정 구간을 반복해서 움직이지만 때때로 다른 부품을 옮기기도 한다.
로봇 트레이는 단순하게 부품을 옮기는 역할을 넘어선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부품의 재고 현황과 추가 주문, 공정 가운데 발생하는 불량비율까지 산정하는데 근거가 된다. 여기까지는 단순히 공정 자동화 수준이다. 그러나 실제 근로자의 작업까지 로봇 시스템이 영역을 넓히고 있다.
대표적인 게 근로자가 직접 로봇을 입고 차를 조립하는 이른바 ‘웨어러블 로봇’이다. 예컨대 자세를 낮추고 차 밑에 들어가 차를 조립하는 일은 근로자에게 극단적인 피로감을 준다. 자연스레 작업시간이 길어지고 시간당 생산량에도 영향을 미친다.
현대차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근로자가 몸에 입고 작업할 수 있는 웨어러블 로봇을 자체 개발했다. 허리춤에서 시작해 발까지 연결된 웨어러블 로봇은 앉을 때나 일어설 때, 또는 장시간 앉아서 작업할 때 피로감을 크게 줄여준다.
시간당 생산량도 끌어올릴 수 있다. 예컨대 1시간당 50대를 생산하던 라인에서 55대를 생산한다면, 즉 시간당 생산량을 의미하는 UPH(Unit Per Hour)가 10% 향상된다. 현대차 기준으로 30만 대 규모의 공장 하나를 추가로 건설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현대차그룹은 장기적으로 로봇사업으로 방향성을 전환했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구상에 따르면 자동차를 전체 사업의 50%로 남겨두고 나머지 50%는 각각 개인용 비행체(30%)와 로봇(20%)이 차지하게 된다. 구체적인 전략도 내놨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5년간 100조 원 이상을 투자해 이런 미래 전략의 근간을 마련한다. 2025년까지 44개의 전동화 차량을 운영하고, 로봇·개인용 비행체(PAV)를 기반으로 한 도심 항공 모빌리티, 스마트시티 등 영역에서 스마트 이동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생산 공정 외에 로봇 시장 자체에서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분야는 ‘돌봄 로봇’이다. 세계 최대 전자전시회(CES) 주최 기관인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는 미래 주목할 로봇 종류로 돌봄용(Caregiving) 로봇, 교육용 로봇, 리테일용 로봇을 꼽았다.
돌봄용 로봇은 고령화 시대 속에 외로움을 느끼는 노인들의 벗이 되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준다. 특히 최근에는 요양병원 등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하면서 돌봄용 로봇에 대한 관심도 더 커졌다.
삼성전자는 작년 CES에서 돌봄 로봇 ‘삼성봇 케어’를 선보인 바 있다. 의료인력의 부분 대체효과가 있다. 삼성봇 케어는 실버 세대의 건강과 생활 전반을 종합적으로 관리한다. 사용자의 혈압, 심박, 호흡, 수면 상태를 측정하는 등 건강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복약 시간과 방법에 맞춰 약을 먹었는지도 관리해 준다.
가족, 주치의 등 사용자가 승인한 사람이 스마트폰을 통해 건강관리 일정을 설정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위급 상황을 감지하면 119에 긴급히 연락하고 가족에게 상황을 알려준다.
리테일용 로봇도 코로나19 확산과 더불어 주목받고 있는 분야다. 쇼핑카트 손잡이를 통한 바이러스 감염 우려 등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삼성봇 리테일’을 개발하고 있다. 쇼핑몰이나 음식점, 상품매장 등 리테일 매장에서 고객과 음성, 표정으로 소통하면서 상품을 추천하고, 주문을 받거나 결제를 도와주는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LG전자는 이마트와 리테일 서비스 로봇 및 기술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고, 고객 추종 기능을 담은 ‘스마트 카트’ 공동 개발하고 있다. 사물인식 기능을 통해 장애물을 스스로 피하고 자율주행 기능을 통해 쇼핑하는 고객을 따라다니며 무거운 카트를 직접 끌고 다녀야 하는 수고를 덜어주는 콘셉트다.
리테일용 로봇 시장은 지난해 약 240억 달러(약 28조 3000억 원)에 이르는 시장 규모를 형성한 것으로 추정되며, 2024년에는 약 600억 달러(약 70조 80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미래기술교육연구원은 “제조 현장과 우리 생활 전반에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로봇산업이 융합될 수 있도록 새로운 서비스 제품 개발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며 “미국, 중국, 한국, 유럽, 일본 등이 관련 기술 표준과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서 협력과 경쟁을 이미 시작한 상황이며, 제조 및 수출 산업의 비중이 큰 우리나라는 이 같은 산업 트렌드에 빠르게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