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박사방'에서 운영자 조주빈(24)을 도와 성 착취물 제작ㆍ유포에 가담한 '부따' 강훈(18)의 얼굴이 17일 공개될 예정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박형순 부장판사)는 16일 강 군이 "경찰의 신상 공개 집행을 정지하라"며 낸 가처분 신청에 대해 "신청인(강훈)에게 발생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기각했다.
재판부는 "신상 공개의 원인이 된 신청인(강훈)의 행위로 인한 피해자들의 극심한 피해, 비난 가능성의 정도, 동일한 유형의 범행을 방지해야 할 사회적 필요성이 매우 긴요한 점 등을 고려하면 신청인의 행위는 사회적으로 고도의 해악성을 가진 중대한 범죄에 대한 것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공의 정보에 관한 이익이 신청인의 명예, 미성년자인 신청인의 장래 등 사익에 비해 압도적으로 우월하므로 피의자인 신청인의 신상을 공개할 필요성이 인정되며, 그러한 공공의 이익을 충족시키기 위한 신상 공개가 수사기관의 권한 남용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경찰의 신상 공개 결정이 행정절차법상 '공공의 안전 또는 복리를 위해 긴급히 처분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여 사전 통지 및 의견 청취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해도 절차적으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헌법 및 형사소송법에 따라 보장된 신청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신상 공개로 인해 몰각된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앞서 강훈 측 변호인은 "아직 미성년자인 피의자의 신상 정보를 굳이 공개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기회를 박탈하는 게 아니냐는 취지"라며 "조주빈 검거로 이 사건 전말이 드러나 국민의 알 권리는 어느 정도 충족이 됐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날 오전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된 강군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강군의 이름과 나이, 얼굴 등 신상 정보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경찰이 미성년자인 10대 피의자의 신상 정보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은 17일 오전 8시 강 군을 검찰에 송치할 때 마스크나 모자로 가리지 않고 얼굴을 공개할 예정이다.
텔레그램에서 '부따'라는 닉네임을 사용한 강 군은 박사방 참여자들을 모집ㆍ관리하고 범죄 수익금을 조 씨에게 전달하는 일종의 '자금책' 역할을 한 혐의로 지난 9일 구속한 뒤 이날 신상을 공개하기로 했다.
경찰은 "위원회는 피의자의 인권과 가족, 주변인이 입을 수 있는 피해 등의 공개 제한 사유와 함께 미성년자인 피의자가 신상 공개로 인해 입게 될 인권 침해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알 권리, 동종 범죄의 재범 방지 및 범죄 예방 차원에서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므로 이름과 나이, 얼굴을 공개하기로 심의 결정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