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방문객과 중국 보따리상의 필수 방문 코스인 동대문 패션상가가 코로나19로 전례 없는 전환점을 맞았다. 공실률이 30%에 이르면서 매매가 1000만 원, 월세 5만 원 수준인 가게도 나오는 상황이다.
2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동대문의 패션타운 집합상가로는 밀리오레와 에이피엠(apm) 쇼핑몰, 굿모닝시티, 두타몰, 현대시티아울렛 등이 꼽힌다.
두타몰은 자체적으로 인정하는 의류업체를 받아서 운영하기 때문에 공장이나 디자인샵 등이 있는 업체가 입주해 있다. 현대아울렛 역시 현대 사측에서 사용 중이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밀리오레와 에이피엠, 굿모닝시티를 업계 동향 기준으로 삼는다. 이 중에서도 문을 연 지 20년이 넘은 터줏대감인 밀리오레가 대표 격이다.
밀리오레는 한 층당 평균 240구좌로 구성돼 있다. 1구좌는 전용면적 약 3.8㎡로 가게 하나가 들어서는 기준이다. 가게마다 구좌 하나 반이나 두 개 이상을 쓰는 곳도 있다.
규모보다 최우선으로 고려되는 건 가게 위치다. 입구와 에스컬레이터 주변에 자리 잡은 A급은 층당 10여 곳으로 5% 미만이다. 이어 코너에 있는 B급과 그 옆 박스권인 C급, 구석진 뒤쪽의 D급으로 나뉜다.
동대문 패션거리에 있는 A부동산 관계자는 “현재 1~4층을 운영하는 밀리오레와 에이피엠, 1~2층만 쓰는 굿모닝시티 전체적으로 공실이 30% 정도”라며 “경기가 안 좋은데다가 코로나 사태로 2월부터 유동인구가 대폭 줄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에이피엠 2층의 경우 코로나로 가게가 단체로 빠지면서 공실률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밀리오레 1층이 9000만 원대에 분양했는데 2000년대 초반 월드컵을 전후로 호황기를 누릴 땐 자리 안 좋은 데가 1억2000만 원, A급은 7억~8억 원까지 갔었다”면서 “그 이후부터는 가격이 계속 빠져 지금은 A급이 3억~4억 원대, 싼 자리는 8000만 원 수준까지 내려왔다”고 부연했다.
인근의 B부동산 관계자는 “밀리오레와 에이피엠 등 그나마 장사가 돼 가장 비싼 1층이 아니면 2~3층과 지하는 가격이 더 떨어졌다”며 “1500만~2000만 원짜리 급매물이 나오고 1000만 원 초반에 파는 가게도 있다. 이런 곳의 월세는 권리금 없이 20만~30만 원 수준인데, 공실이 오래됐고 관리비 미납이 쌓인 경우 월세가 5만 원”이라고 전했다.
다른 C부동산 관계자는 “매물이 나와도 문의하는 사람이 적고 거래 자체가 한산한 상황”이라며 “코로나가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매출이 어느 정도 회복되기 전까진 이런 상태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