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원격진료는 그동안 다각도로 도입 시도가 있었으나 의사들과 이익집단의 반발에 묶여 머나먼 이야기였고, 코로나19가 원격의료 규제 샌드박스(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ㆍ유예하는 제도) 역할을 한 셈이다. 이는 나비효과다. 무엇보다 단순히 의료 서비스의 변화일 뿐만 아니라 미래 의료산업의 본격적인 도래가 기대된다.
정부와 집권 여당의 원격진료 도입 의지는 탄탄하다. 우선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2차 유행이 예상되는 올가을 전 원격의료를 제도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14일 제3차 목요회의를 주재하고 “비대면 진료 확대, 원격 모니터링 서비스 발굴 등 보건의료 대책의 과감한 중심 이동이 필요하다”며 “스마트ㆍ비대면 산업을 육성하는 등 방역보건 시스템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비대면 의료를 위한 의료법 개정은 21대 국회에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주목할 점은 원격진료 제도화가 글로벌 기업의 탄생도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인공지능(AI), 통신, 의료 등 인프라가 선진국 반열에 이른 만큼 원격 진료의 도입 환경은 최적화됐다. 고령화 사회에 부족한 의료 자원도 원격진료 도입을 부추기고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해 한시지만 전화 상담 및 처방이 허용되면서 15만 건 이상의 사실상 ‘원격진료’가 진행되는 동안 별다른 오진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코로나19 환자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원격 진료 관련 기술적인 완성도도 상용화 수준에 와 있다. 익명을 요구한 원격 진료 관련 회사 관계자는 “원격 진료 기술을 갖춘 업체들이 상당수 존재하지만, 기존 사업의 고객이 병원ㆍ의사인 만큼 앞장서서 관련 법안 및 제도의 도입을 주장할 수 없다”며 “정부가 적극 나선다면 관련 기업들이 시장을 선도하고 국민 건강 증진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해당 기업을 비롯해 원격 진료 관련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더는 의사 집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정부가 힘을 실어줘야 한다. 원격진료 관련 기업이 국내 시장에서 검증을 마치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도 있다. 코로나19로 촉발된 위기가 원격 진료 산업엔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