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안전', '공정성 확보' 사이 고민 커…"교수 재량에 맡기는 수밖에"
인하대 의대 학생들의 집단 온라인 시험 부정행위가 발생한 가운데 각 대학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선뜻 대면 시험 방침을 정하지 못하는 등 진퇴양난에 빠졌다. 특히 대부분 대학이 온라인 시험 부정행위를 막기 위한 구체적인 지침조차 없는 것으로 나타나 기말고사를 앞두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일 대학가에 따르면 국내 주요 대학은 온라인 시험 부정행위에 대한 뾰족한 대책 없이 담당 교수의 재량에 맡기는 형태로 기말고사를 준비 중이다.
연세대 관계자는 “최근 인하대 학생들이 온라인 시험과 관련한 부정행위가 일어난 것에 대해 대학 관계자들도 걱정하고 있다”면서도 “(연세대 역시) 온라인 시험 부정행위에 방지하기 위해 특별히 준비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건국대, 동국대도 사정은 비슷하다.
건국대는 4월 초에 기말고사를 온라인으로 치르기로 했지만 대학 차원의 부정행위에 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없다. 건국대 관계자는 “‘전체 교수에게 ’성적관리를 철저히 해달라‘ 정도의 지침이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동국대 관계자도 “전반적으로는 교수님 재량에 부정행위 판단을 맡긴다”고 말했다.
일부 대학에서 온라인 시험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결국 학생 스스로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의견도 나온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대리 시험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 시험은 웹캠을 활용하기도 하지만 사각지대를 피할 수는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대학 관계자는 “대학생들은 초·중·고생들과는 달리 이미 성숙한 성인이기 때문에 스스로 커닝을 하지 않을 것이라 믿고 비대면 시험을 치르도록 하는 것”이라며 “부정행위가 일어난다고 생각해버리면 어떤 방식으로든 발생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인하대 사건을 계기로 공정성 확보 차원의 대면 시험을 검토하는 곳도 있지만 코로나19가 큰 걸림돌이다.
서강대는 3일 대면 시험을 논의하는 긴급회의를 열 계획이다. 서강대 관계자는 "애초 기말고사는 온라인으로 치르기로 했는데 이번 인하대 사건 때문에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회의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면 시험이 결정되더라도 코로나19 상황이 좋지 않아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인하대는 3~4월 온라인으로 치른 중간시험과 단원평가에서 부정행위를 한 의대 소속 91명에 대해 해당 시험을 0점 처리하고 담당 교수 상담과 사회봉사명령 등을 내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