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2200선에 가까워지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에서 사실상 벗어났다. 최근 코스피 평가가치(밸류에이션)가 지난 2002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추가 상승 여력을 두고 시장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일 현재 코스피의 최근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25.00배로 지난 2002년 7월 18일(25.31배) 이후 약 17년10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식가격을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수치인 PER은 주가가 이익 대비 저평가 또는 고평가됐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해당 지표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가 2002년 7월 이후 실적에 비해 가장 많이 오른 상태라고 해석할 수 있다. 코스피 밸류에이션이 급등한 이유는 기업 실적이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급격히 후퇴한 데 비해 주가는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기 때문이다.
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금융업 제외)들의 지난해 연간 연결기준 순이익은 52조4420억 원으로 전년 대비 52.82% 급감했다. 이어 1분기에도 순이익이 11조336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47.80% 감소했다.
반면 코스피지수는 5일 기준 종가가 2,181.87로 정부가 코로나19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하기 직전인 지난 2월 21일(2,162.84) 수준 이상으로 회복했다.
최근 증시가 빠르게 반등하면서 향후 추가 상승 가능성을 놓고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선 기업 실적의 구체적인 회복 없이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오르는 것은 한계에 가까워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경기조정주가수익비율(CAPE) 기준으로 추정할 경우 향후 6개월 내 코스피의 기대 수익률은 5% 안팎에 불과하며, 단기적으로 코스피 상승 여력은 제한적이며 결국 기업 실적 하락세가 진정돼야 주가 상승 탄력이 회복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향후 주요국의 재정 확대 및 중앙은행의 ‘금융억압 정책’(인위적 저금리 정책)이 주가에 우호적임을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로는 국내외 주식에 대한 낙관적 시각은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코로나19 확산이 정점을 지난 점, 각국 정부의 대규모 부양책 등을 고려하면 주가 상승세가 지속할 수 있다는 전망도 존재한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각국이 내놓은 특단의 정책 대응은 과거에 없었던 처음 경험하는 요인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독일 등의 경기부양책을 필두로 한 유동성 살포와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진행 등이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귀결될 것으로 보이며, 주가 상승 탄력은 줄어도 여전히 추가 상승 여력이 있어 상승세 자체에서 벗어나지는 않을 전망이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