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통일장관 등과 오찬…"안타깝다" 허탈감
문재인 대통령이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원색적인 비난이 담긴 담화에 국민이 받을 충격을 걱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17일 청와대에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등 외교안보 원로들을 만나 오찬을 하며 이 같은 우려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는 고유환 통일연구원장, 임동원·박재규·정세현·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박지원 전 의원 등도 자리했다.
한 참석자는 "문 대통령이 김 부부장의 담화에 충격을 많이 받은 것 같았다"며 "'국민이 더 큰 충격을 받지 않았겠는가'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한, 전날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을 두고도 "국민이 보면서 실망했을 것 같아 걱정이다"라고 말했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남북 관계 개선 의지가 실정법으로 뒷받침되지 않은 데 대해 허탈해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참석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김 부부장이 상황을 분리해 대응하는 만큼 정상 수준에서 대화의 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았다"며 "'언제든 기회가 있을 수 있으니 실망 말고 노력해보자'는 의견에 대통령도 같은 생각이었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남북미 정상 간 신뢰를 토대로 한 '톱다운' 방식의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 안타까워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의원은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비핵화 방법에 동의했지만, 미국이 톱다운이 아니었다'고 말했다"며 실무진의 반대로 비핵화가 이뤄지지 못한 것을 안타깝게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날 오찬에서는 북한에 관계 개선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국가안보실장, 국가정보원장 등 안보라인의 교체가 필요하다는 건의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