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본부장, 전문성과 외교적 경험, 소통 능력 탁월"…"최종 결과 달라질 수 있어"
한국인 최초의 세계무역기구(WTO) 수장이 탄생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현재는 나이지리아와 케냐 후보가 당선 가능성이 크다는 국제기구 관계자의 견해가 나왔다. 다만 아직 두 달가량의 선거 운동 기간이 남아 있어 향후 선거 운동 여부에 따라 최종 결과는 달라질 것이라는 희망 섞인 바람도 단서로 달았다.
20일 해외에 근무 중인 한국인 국제기구 관계자는 이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나이지리아에서 막강한 후보가 나왔고, 막판에 케냐에서 또 다른 강력한 후보가 등장했다"며 "이들은 특유의 언변과 뛰어난 조직장악력으로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성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차기 WTO 사무총장은 현재로서는 이 둘 간의 경쟁으로 압축될 것으로 본다"며 "일본의 지지나 방해가 (한국인 사무총장 선출에) '결정적 문제'가 될 것으로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물론 현재 분위기로서는 그렇다는 얘기고 향후 선거 운동의 성공 여부에 따라 최종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차기 WTO 수장 선거에는 한국의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을 포함해 8개국·8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나열하면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이사회 의장(나이지리아) △하미드 맘두 변호사(이집트) △아미나 모하메드 전 WTO 총회 의장(케냐) △헤수스 세아데 쿠리 외교부 차관(멕시코) △투도르 울리아노브스키 전 외교부 장관(몰도바) △리엄 폭스 전 국제통상부 장관(영국) △무함마드 마지아드 알투와이즈 전 경제·기획부 장관(사우디아라비아) 등이다.
이들 후보는 지난 15~17일(현지시간) WTO 일반이사회에서 정견 발표를 진행했으며 이튿날부터 두 달가량의 선거운동 캠페인에 들어갔다. 지난주 정견발표를 위해 스위스 제네바로 향했던 유 본부장은 이번 주 역시 제네바에 머물며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선거 운동 이후 회원국은 협의를 거쳐 늦어도 11월 초순까지 차기 사무총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한국은 이번이 세 번째 WTO 사무총장 도전이다. 1994년 김철수 상공부 장관과 2012년 박태호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이 출마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정부는 WTO 차기 사무총장은 전문성과 외교적 경험, 소통 능력 등이 중요하다며 유 본부장이 적임자라는 입장이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WTO는 현재 비상 상황"이라며 "이런 시국에 성별·지역별 안배 등을 따지는 것은 한가한 소리다. WTO 표류를 막고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사람을 사무총장으로 뽑아야 한다"며 유 본부장 당선 당위성을 밝혔다.
그 이유로 현직 통상 장관으로 WTO 문제점이 무엇인지 속속들이 알고 있고,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는 전문성과 정치적 능력을 갖췄다는 점과 WTO는 회원국 중심으로 움직이는 만큼 회원국 간 의견을 조정할 수 있는 외교적 경험과 소통 능력을 갖춘 점 등을 내세웠다.
통상 전문가들은 한국이 미·중간,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서 중간자적 위치에 있는 데다, 코로나19의 모범적인 방역국으로서 국제사회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면 승산이 없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가장 유력한 후보인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와 케냐의 아미나 모하메드가 아프리카 단일 대륙에서 후보 단일화에 실패했기 때문에 표가 분산될 가능성이 있는 점도 유 본부장에게 유리한 점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