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근무하는 직장인 김모 씨(30)는 올해 초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 주식 약 1500만 원어치를 사들였다. 해외 투자 경험이 없어 걱정됐지만 ‘늦었다 할 때가 빠른 때다’며 투자에 나서는 지인들을 보며 조바심이 났다. 당시 코로나19사태로 국내 증시가 급락했지만, 미국 증시는 상승추세를 보인 점도 매력적인 요인이었다. 김 씨는 요즘 표정 관리하기 바쁘다. 테슬라가 2분기 깜짝 실적을 발표하면서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S&P500(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 지수 편입에도 가까워졌다.
깜짝 흑자를 낸 테슬라가 ‘동학개미’를 춤추게 한다. 최근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한 해외주식 직구 열풍을 타고 국내 투자자들은 테슬라에 21억5000만 달러(2조5700억 원, 예탁결제원 보관금액)을 투자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올해 2분기 흑자·S&P500지수 편입 가능성’ 기대감에 1.53% 오른 1592.33달러로 마감했다. 시간 외 거래에서는 6% 이상 뛰었다.
테슬라는 예상을 웃도는 깜짝 실적을 냈다. 매출액은 60억3600만달러(한화 7조23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4.9%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3억2700만달러(4조 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순이익 역시 1억400만 달러(1250억 원)을 기록해 적자 우려를 해소했다. 이는 작년 2분기(4억800만 달러 적자)와 대비되고 1분기(1600만 달러 흑자)에 비해서도 높은 수치다.
특히 시장에서는 테슬라의 2분기 영업이익 흑자 여부에 관심이 컸다. 현재 테슬라는 나스닥에 상장됐는데, 2분기 영업이익 실현에 따라 S&P500지수로 편입될 수 있어서다. 4개 분기 연속 일반회계기준(GAAP)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하면 S&P500지수에 편입자격을 갖추게 된다.
S&P500지수에 편입되면 대형펀드, 벤치마크 추종 투자금 등 신규 자금이 유입돼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최종 편입여부는 S&P 다우존스 인디시즈의 지수 위원회가 질적 요소까지 고려해 결정한다.
해외주식에 집중한 동학개미들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테슬라는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갖고 있는 종목이다. 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22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의 테슬라 보관금액은 21억5000만 달러(2조5700억 원)로 집계됐다. 두 번째로 많이 보유한 아마존(13억9200만 달러, 한화 1조6600억 원)과 비교해도 1.5배를 넘는 규모다.
신규 매수세도 압도적이다. 지난 1개월간 국내 투자자들은 테슬라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는데, 순매수 규모만 6억7000만 달러(8000억 원)에 달한다.
직접 투자에 이어 간접 투자도 테슬라를 향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나스닥100 지수 추종하는 국내펀드에도 1100억 원 넘는 자금이 순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나스닥100지수에는 테슬라에 이어 엔비디아, 어도비 시스템즈, 이베이, 페이스북 등이 포함된다.
테슬라를 중간 기점으로 국내 투자자가 사랑한 해외기업들의 2분기 실적 발표가 줄줄이 이어질 예정이다. 23일 아마존을 시작으로 30일 애플, 알파벳 등이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테슬라 주가는 지난 1년간 523% 올랐는데, 지난 3분기부터 우려요인으로 꼽히던 현금흐름 문제를 해소했다”며 “전기차의 간단한 원가구조, 고수익 소프트웨어 매출, 그리고 규모의 경제 효과를 감안 시 수익성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고정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는 9월말 열릴 ‘배터리데이’에서 전기차 성장 제약 요인 중 하나인 2차전지 원가 개선 전략을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며 “파나소닉, LG화학 등 파트너사와 협력 확대를 기대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