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닷컴이 온라인 유통 강자로 부상하면서 된서리를 맞았던 미국 유통 기업들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전화위복이 됐다. 코로나19 이전부터 ‘눈엣가시’였던 아마존에 대응해 차근 차근 준비를 해온 덕을 코로나19 국면에서 보게 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경제가 죽을 쑤고 있는 상황에서 월마트, 홈디포, 타깃 등 유통 공룡들은 줄줄이 호실적을 발표했다. 타깃은 창사 이래 최고의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주 타깃은 8월 1일 끝난 최근 분기에 동일 매장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4.3%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온라인 부문 매출은 무려 195% 폭증해 작년 동기 매출의 3배가 됐다.
아마존의 2분기(4~6월)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증가한 52억 달러를 기록,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
컨설팅회사 커스터머그로스파트너스에 따르면 2분기 미국 유통업계 총 매출 가운데 월마트, 타깃, 홈디포, 아마존, 로스, 코스트코홀세일이 차지한 비중은 29.1%로 전년 동기 대비 25.6% 증가했다.
WSJ는 유통 공룡들의 이 같은 선방에 대해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우선, 코로나19 이전 이미 구축에 들어간 온라인 사업의 덕을 톡톡히 봤다. 타깃, 월마트 등 유통 공룡들은 코로나 이전, 아마존의 등장에 위기 의식을 느끼고 거액을 투자해 온라인 창고, 모바일 앱, 배달 네트워크를 갖춰 왔다.
기반을 다지고 있는 와중에 코로나19가 몰아쳐 대응도 보다 수월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타깃 매장은 온라인 수요 급증에 대비해 주문 포장 인력을 보강하고 주차장을 활용, 픽업 서비스를 늘렸다. 이에 타깃의 최근 분기 총 매출 가운데 온라인 매출이 17.2%를 차지했는데, 이는 창사 이래 최고치였다.
또한 제품을 ‘제값’에 팔 수 있었던 것도 호재가 됐다. 마이클 라서 UBS 유통 애널리스트는 “지금 같은 시기에 유통 공룡들이 할인에 적극 나설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유통 공룡들의 향후 전망도 밝다. 5월 이후 미국 유명 백화점 로드앤테일러, 중저가 백화점 체인 JC페니 등이 줄줄이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경쟁사들이 사라진 영향이다.
매튜 하모리 알릭스파트너스 유통 부문 책임자는 “소형 매장들은 물론 자금 사정이 안 좋은 백화점과 격차를 벌일 수 있게 됐다”면서 “온라인 서비스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영원히 이동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